해진공 "글로벌 4위 해운국 한국, 구조적 취약성 확대로 위기 직면"
국내 최초 ‘해상 공급망 종합 진단 보고서’ 발간
우리나라 해운산업이 선복량 기준 세계 4위를 유지했지만, 신조 발주 부진과 선대 노후화 등 구조적 취약성이 누적되며 중장기 경쟁력 약화 우려가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친환경 선박 전환 가속화와 해외 항만 인프라 투자 강화 및 공급망 다변화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국해양진흥공사(이하 해진공)는 우리나라 해운항만 물류산업의 현황을 종합적으로 진단하고 중장기 발전 전략을 제시한 '대한민국 해상 공급망 종합 진단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국내 최초로 △선대 △친환경 △벌크 항만물류 △컨테이너선 △컨테이너 터미널 △컨 박스 등 6개 분야를 망라해 글로벌 주요국과의 비교·분석을 통해 우리나라의 강점과 약점을 객관적으로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선복량 7150만 t(톤)으로 그리스, 중국, 일본에 이어 2021년부터 5년째 세계 4위이지만, 발주잔량이 1000만 t으로 주요 10개국 중 7위로 하위권에 그쳤다. 신조선 확보 부족으로 인해 선복량이 이탈리아에 밀려 5위로 하락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평균 선령 역시 22.3년으로 일본(16.2년), 중국(14.6년), 독일(19.8년) 등 경쟁국 대비 노후화가 심각한 상황이다.
친환경 분야에서는 스크러버 장착률 54.7%로 세계 최상위권 성과를 보이고 있으나, 차세대 연료선박 발주잔량 비율은 11.3%로 글로벌 평균(17.8%)에 못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에 편중돼 있어 메탄올·암모니아 등 연료 다양화가 시급한 과제로 지적됐다.
벌크 항만물류 분야에서는 철광석 세계 3위, 곡물 4위, 원유 3위, LNG 3위 수입국임에도 해외 선적항 및 터미널에 대한 통제력이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곡물 해외 터미널은 중국, 일본 등 경쟁국에 비해 현저히 부족하며, 확보된 터미널의 활용률도 매우 낮은 수준에 그치고 있다.
컨테이너선 분야에서는 국적선사들이 팬데믹 위기를 기회로 활용한 성과가 있었으나, 최근 10년간 선복량 증가세가 대만·일본 등 주요 경쟁국에 크게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되면 향후 글로벌 점유율 하락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컨테이너 터미널 분야에서는 해외 터미널 투자가 7개소(342만 TEU)에 그쳐 글로벌 네트워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대부분 소수 지분 참여 수준이라 운영권 확보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친환경 선박 전환 가속화 △전략상선대 확대 △해외 항만 인프라 투자 강화 △공급망 다변화 등 분야별로 선제적인 대응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안병길 해진공 사장은 "글로벌 해운시장이 지정학적 갈등, 기후변화 등 복합적 위기 속에서 급격히 변화하는 가운데 직면한 구조적 과제를 명확히 인식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이번 보고서가 정부의 정책 수립과 업계의 경영전략 마련에 중요한 기초자료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