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정보유출 5만 원씩 보상…알고 보니 생색내기?
29일 1조 6000억 규모 정보유출 보상안 발표
이용 적은 여행·뷰티에 쿠폰 금액 80% 배정
"추가 결제 유도하는 생색내기용" 비판 나와
쿠팡 서울 송파구 본사 모습. 연합뉴스
쿠팡은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고객 신뢰 복원을 위해 1조 6850억 원 규모의 고객 보상안을 마련했다고 29일 발표했다.
그러나 사용자가 많은 쿠팡 전체 상품과 배달앱(쿠팡이츠) 이용권은 각각 5000원인 반면 고가 상품이 대부분인 트래블(여행)과 알럭스(럭셔리 뷰티·패션)에 2만 원씩 배정해 ‘생색내기 보상’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날 쿠팡이 발표한 보상안은 1인당 5만 원 규모로 쿠팡 전체 상품과 쿠팡이츠·트래블·알럭스 구매 이용권 형태로 지급된다. 지난 11월 말 개인정보 유출 통지를 받은 3370만 계정의 이용자가 대상이다. 쿠팡 전 상품(5000원), 쿠팡이츠(5000원), 쿠팡트래블 상품(2만 원), 알럭스 상품(2만 원) 등 고객당 5만 원 상당의 1회 사용이 가능한 4가지 구매 이용권 형태로 지급한다.
쿠팡 구매이용권 보상안. 쿠팡 제공
항목별로 나뉜 쿠팡의 지급 방식에 ‘무늬만 보상’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이용권 금액 이내에서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기 어렵다. 트래블과 알럭스는 기존 쿠팡과 쿠팡이츠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용이 많지 않은 서비스다. 결국 추가금액 결제를 유도해 자사 서비스의 매출 회복에 기여하겠다는 ‘상술’로 해석된다.
실제 쿠팡 앱의 트래블 항목은 호텔 숙박과 해외 여행 패키지 등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대 상품이 즐비하다. 2만 원 이내에서 구매 가능한 상품은 관람권이나 박물관 입장권 등을 찾아야 한다. 부산 엑스더스카이 전망대 관람권도 2만 6000원으로 추가 결제가 필요하다. 2명이 방문한다면 쿠폰 사용 후 3만 2000원은 더 내야 하는 셈이다.
알럭스 역시 2만 원 쿠폰 금액을 훌쩍 넘는 수입 화장품이 즐비하다. 이날 현재 쿠팡 알럭스의 베스트 10 상품 중 2만 원대는 립밤과 클렌징 오일 2종뿐이다.
한 쿠팡 이용자는 “지급하겠다는 쿠폰 내 금액에서는 쓸 수 있는 것이 없다”며 “배달앱 역시 5000원을 배정해 음료수나 배달 수수료를 한 번 할인해주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해롤드 로저스 한국 쿠팡 임시대표는 공지문에서 “쿠팡의 모든 임직원은 최근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고객에게 얼마나 큰 우려와 심려를 끼쳤는지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고객을 위한 책임감 있는 조치를 취하는 차원에서 보상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로저스 대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쿠팡은 가슴 깊숙이 고객 중심주의를 실천, 책임을 끝까지 다해 고객이 신뢰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며 “고객 여러분께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쿠팡은 대상자에게 문자를 통해 구매이용권 사용을 순차적으로 안내할 예정이다. 다음 달 15일부터 쿠팡 앱에서 순차적으로 확인이 가능하며, 상품을 구매할 때 적용하면 된다. 쿠팡은 자세한 사항은 별도 공지 예정이다.
29일 오전 쿠팡 알럭스의 베스트셀러 상위 5개 제품. 쿠팡이 제시한 2만 원 쿠폰 이내에서 구매 가능한 상품은 찾을 수 없다. 쿠팡 알럭스 앱 캡쳐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