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 관광객 90만 명 몰려도, 전담 인력 9명뿐인 부산

이호진 기자 jin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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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부산항 입항 420항차 예정
중일 갈등 여파 항차·승객 폭증
세관·출입국·검역 인력 태부족
BPA “입국 심사 대처 방안 시급”

대만을 둘러싼 중국과 일본의 외교 갈등이 부산항에 ‘어부지리’로 돌아오고 있다. 중국발 크루즈가 일본에서 부산항으로 발길을 돌려 내년 중국발 크루즈 관광객이 올해보다 16배나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쇄도하는 크루즈 관광객을 맞이할 세관·출입국·검역 전담 인력이 9명에 불과해 관련 기관의 협력과 신속한 대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항만공사(BPA)는 지난 22일 기준 내년에 부산항에 입항하겠다고 신청한 크루즈 항차가 420항차로, 올해 205항차에 비해 배로 늘어났다고 23일 밝혔다. 이 크루즈를 이용할 승객 수는 올해 24만 2155명에서 내년 91만 7134명(3.8배)으로 늘 것으로 예상됐다.

크루즈 항차와 승객 급증의 원인은 중국발 크루즈 급증이었다. 기항 신청 접수 결과 올해 8항차에 그쳤던 중국발 크루즈는 내년 173항차, 승객수는 4만 명에서 66만 명으로 폭증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 11월 다카이치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 이후 중국의 우회 압박이 문화 분야에서 발생했는데, 크루즈 관광 분야에도 그 불똥이 번진 것이다. BPA 항만산업부 서대곤 부장은 “11월 이후 중국 크루즈 부산항 기항 신청이 급증했다”며 “일본 기항을 계획하던 중국 크루즈 선사들이 일본 대신 부산항으로 뱃길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몰려들 크루즈 관광객을 맞이할 시스템과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승객과 화물이 국경선을 넘나드는 공항과 항만에 필수적인 CIQ(세관, 출입국 관리, 검역) 전담 인력이 현재 세관 3명, 출입국사무소 6명에 불과하다. 크루즈 업계에서는 “기항지 항만의 경쟁력은 얼마나 CIQ를 신속히 처리하느냐에 달렸는데 코로나19 사태 이후 인력이 늘어나지 않은 CIQ 대응 체제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급증하는 크루즈 관광객이 오히려 재앙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BPA는 크루즈 기항 신청 접수 결과 내년 기항 횟수와 관광객 수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자 관련 기관에 CIQ 속도를 높일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세관은 기획재정부, 출입국관리사무소는 법무부, 검역은 농림부 등으로 관련 부처가 흩어져 있고, 인력 증원은 예산 소요 때문에, 시스템 개선은 보수적인 기관 업무 풍토 때문에 협조가 순조롭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BPA는 중국발 크루즈가 대부분 부산항에 앞서 기항하는 제주도에 입국심사관을 파견해 선상 입국심사를 하고, 대형 크루즈선 내에 비치된 X레이 검색기를 활용, 선내 출국 보안 검색을 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본부세관에서는 내년 1분기 다른 부서 인력을 차출해 탄력적 근무조를 편성하기로 했고, 관세청에 전담 인력 증원을 요청하기로 했다.

서 부장은 “크루즈 산업이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려면 기항지보다는 모항이 늘어야 하는데, 크루즈 모항이 갖춰야 할 주요 인프라로 수하물 처리장이 꼽히는 만큼 부산항 북항에도 크루즈선 승객이 전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수하물 처리장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호진 기자 jin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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