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고당도’ 강말금 “체력과 마음 돌보며 오래 연기하고 싶어요”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10일 스크린 개봉작서 장녀 선영 연기
권용재 감독과 단편 이후 재회해 눈길
부산 출신, 서른에 연극으로 연기 데뷔
‘찬실이는…’ ‘폭싹 속았수다’ ‘로비’ 등
드라마·영화 오가며 실력파 자리매김

배우 강말금이 영화 ‘고당도’로 스크린 관객과 만나고 있다. 트리플픽쳐스 제공 배우 강말금이 영화 ‘고당도’로 스크린 관객과 만나고 있다. 트리플픽쳐스 제공

배우 강말금이 영화 ‘고당도’로 관객과 만난다. 지난 10일 개봉한 ‘고당도’는 아버지의 부의금으로 조카의 의대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가짜 장례식을 치르는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권용재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쌓여온 책임과 갈등, 애증의 감정을 희비극의 형식으로 풀어낸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강말금은 “무겁지만 동시에 가볍게 다가갈 수 있는 이야기”라며 “편안한 마음으로 본 뒤 각자 하나씩 마음에 남는 감정을 가져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말금은 극 중 병환에 있는 아버지를 간병하며 집안의 중심에서 버티는 장녀 선영 역을 맡았다. 선영은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현실적인 판단과 감정 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린다. 영화 ‘고당도’가 던지는 가족의 무게는 강말금의 연기를 지나며 비극도 희극도 아닌, 우리 삶과 닮은 얼굴로 가만히 드러난다. 이 작품은 단편영화 ‘조의’를 발전시켜 만들었는데, 강말금은 이 단편에도 출연했었다. 그는 “단편 때는 차갑고 냉소적인 결이 강했다면, 장편에서는 의미와 이야기의 층위가 훨씬 풍성해졌다”며 “간호사 역할을 블로그나 영상을 찾아보면서 실제 디테일을 살리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강말금은 이 작품을 연기하며 자연스레 가족을 떠올렸다고 했다. 그는 “선영을 연기하면서 친언니 생각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병환에 있는 부모를 돌보며 생계를 책임졌던 예전 언니의 모습이 선영과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강말금은 “저는 그때 책임에서 한 발 떨어져 있었고, 그 부담을 언니가 대신 짊어졌다”며 “그래서 선영을 연기하며 미안함과 고마움이 동시에 올라왔다”고 말했다. “저는 사채만 안 썼다뿐이지 남동생 '일회' 역에 가까워요. 언니도 일을 관두고 싶었을 텐데, 제가 연극을 하고 있으니 일을 그만두지도 못하고 어머니가 아프실 때 병간호도 도맡아 했죠. 그래서 그런지 영화를 찍으면서 언니가 많이 생각나더라고요.”

영화 ‘고당도’ 스틸컷. 트리플픽쳐스 제공 영화 ‘고당도’ 스틸컷. 트리플픽쳐스 제공

연출을 맡은 권 감독에 대한 신뢰도 작품 선택의 중요한 이유였다. 강말금은 “단편을 할 때 감독님이 20대 중반이었는데 그때부터 감독님의 시선이 참 좋았다”며 “젊은 감독님이 인간 군상에 관심이 있고, 그걸 깊이 있게 다룰 수 있는 점이 인상적이더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두 번째로 같이 작품을 해보니까 계속 진화하고 있는 느낌을 받았고, 그 부분이 멋있었다”면서 “앞으로 어디까지 진화할지 기대하게 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기본적으로 감독님은 바탕이 정말 선한 사람이에요. 그게 현장 분위기는 물론이고 작품 속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드러났죠. 단정하고 부드러운 리더십을 가진 분이라 여러모로 기대가 많이 돼요.”

부산에서 나고 자란 강말금은 부산대 국문과를 졸업한 뒤 부산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 서른 살에 연기를 시작했다. 연극 ‘꼬메디아’(2007)로 데뷔한 그는 이후 브라운관과 스크린까지 활동 폭을 넓혔다. 2020년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로 그해 영화상 신인상을 휩쓴 뒤엔 영화 ‘행복의 나라’ ‘로비’, 드라마 ‘나쁜엄마’ ‘폭싹 속았수다’ ‘경도를 기다리며’ 등에 출연하며 굵직한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한 편의 영화가 끝난 뒤에도 인물의 잔상을 오래 남게 하는 건 강말금이 가진 힘이다. 그런 그가 요즘 가진 목표는 체력과 마음을 돌보며 오래 연기하는 것이다. 강말금은 “연기는 결국 누군가의 삶을 대신 건너는 일”이라며 “제가 잘 보이기보다는, 그 사람이 왜 그렇게 살았는지를 관객이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배우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앞으로 쌓아갈 연기의 시간이 더욱 기대된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