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가톨릭대 하하캠퍼스, 새 에이지테크 모델 주목한다
대학 부지에 고령 친화 산업 거점 조성
첨단 기술도 접목… 성장 가능성 기대
부산시는 내년 본예산에 하하캠퍼스 실시설계비 14억 6000만 원을 반영해 하하캠퍼스 실시설계에 착수한다고 17일 밝혔다. 부산시 제공
부산시가 부산가톨릭대 신학 교정 부지(6만 3515㎡)에 추진하는 대규모 시니어 복합 단지 ‘하하(HAHA)캠퍼스’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최근 교육부가 대학의 건물을 행정기관에 기부하거나 30년 무상 제공하는 것을 최종 허가한 데 따른 것이다. 부산시는 내년부터 건물 리모델링에 착수하고, 2033년까지 1·2단계에 걸쳐 ‘대학 기반 은퇴자 공동체’(UBRC), 즉 시니어 주거 단지와 함께 에이지테크 산업의 요람을 조성할 계획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발생한 대학의 유휴 공간이 초고령화 사회를 선도하는 공공적 시설로 전환되는 사례는 사실상 전국에서 처음으로, 사회적·산업적 파급 효과가 기대된다.
부산은 2021년 9월 특광역시 최초로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올해 7월 24.7%, 2050년에는 44%까지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고속 노화 도시 부산에 시니어 세대를 위한 문화, 여가, 건강, 교육, 일자리, 주거, 실버산업이 결합한 복합 단지 조성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이에 따라 하하캠퍼스에는 606억 원이 투입돼 건물 9개 동이 리모델링되고, 대학 내에서 기숙사처럼 거주하면서 문화·여가 교육에 참가하는 UBRC와 스포츠·재취업 센터, 에이지테크 연계 시설이 조성된다. 초고령화를 먼저 경험한 부산에서 고령화 시대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혁신 모델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하하캠퍼스는 복지 시설의 역할에 그치지 않고, 도시의 미래 전략으로 확장될 때 의미가 더해진다. 특히 사업 계획에 포함된 에이지테크는 미래 경제의 견인차로 주목된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바이오테크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하는 제품과 서비스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에이지테크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기존 에이지테크의 실증은 병원·연구소에서 제한적으로 진행되는 한계를 갖지만 하하캠퍼스는 평생 교육과 주거, 커뮤니티를 테스트베드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에이지테크와 시니어 복합 단지가 결합한 모델은 처음이어서 부산형 고령 친화 산업 플랫폼의 태동도 기대된다.
전례가 없는 사업이다 보니 우려되는 점도 없지 않다. 단순한 시설의 개보수와 취미 프로그램 운영에 그친다면 고령 친화 산업 플랫폼은 언감생심이다. 에이지테크가 활성화되려면 지역 대학과 기업의 연계로 에이지테크 실증 모델 개발이 선행되어야 한다. 공공 예산 지원을 넘어 자립하려면 운영 주체의 책임 소재와 성과 점검 체계가 분명해야 한다. 이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은 산업적·사회적 성과다. 수지타산에만 급급해서는 안 된다. 산업 구조 전환의 가능성 확인이 공동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부산형 고령 친화 산업 거점의 성공 여부는 행정, 학계, 산업계, 시민사회의 공감과 참여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