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뜨개질이 잊힌 돌봄 감각을 회복할 수 있을까
‘뽕잡화점’ 박소희 안무·연출 ‘그랜니코드’
19~21일 시민공원 내 갤러리2에서 공연
할머니 뜨개질 모티프…배진아 1인 출연
박소희 안무·연출의 신작 ‘그랜니코드’를 연습 중인 배진아 무용수. 공연 연습도 박 안무가 집에서 진행했다. 뽕잡화점 제공
2년 전, 제32회 부산무용제에서 ‘민들레’라는 작품으로 안무상을 받으며 ‘20대 젊은 안무가’ 돌풍을 일으킨 박소희(29) ‘뽕잡화점’ 무용단 공동 대표. 20대를 마무리하는 연말에 개인 공연을 준비했다. 19~21일 부산 부산진구 부산시민공원 문화예술촌 갤러리2에서 열릴 ‘그랜니코드: 파트(Part) 1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공연이다. 올해 부산문화재단 ‘우수예술지원’(개인 부문)을 받았다.
안무가 겸 무용수로 활동하는 그가 첫 개인 공연을 하면서 안무·연출·기획만 담당한다고 해서 의아했다. “시리즈로 만들 생각입니다. 뽕잡화점 구성원이 4명이니까 천천히, 오랫동안 진행해 보려고요. 파트1은 (배)진아가 춤출 겁니다. 차례로 궁다빈(파트 2), 정승환(파트 3) 그리고 저는 마지막(파트 4)에 출연할 생각입니다. 다들 할머니, 할아버지 손에 자라서 공감대도 있어요.”
공연 제목 ‘그랜니코드’는 ‘Granny’(할머니)와 ‘Code’(암호, 질서, 전승된 감각)의 합성어이다. 할머니로부터 전해 내려온 삶의 감각, 습관, 사랑의 방식이 내 몸속에 남아 있는 하나의 정서적 암호를 뜻한단다. 작품은 할머니의 뜨개질을 모티프로, 안무자가 유년 시절을 보냈던 집의 풍경-작은 정원, 커다란 대추나무 등-과 늘 그 자리에 앉아 실을 엮던 할머니의 모습에서 출발한다.
“식구들이 각자의 일터로 나가면 할머니는 묵묵히 실을 한 코 한 코 엮었어요. 가족 안에서 반복되던 손의 움직임은 내 나이보다 오래된 리듬이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 오랜 시간을 지켜온 할머니에게 나의 마지막 20대를 조심스럽게 질문하고, 응원하고 싶었어요.”
작품은 오래된 뮤직드라마의 형식을 빌려와 관객이 이야기를 따라 걸을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진다. 목소리, 음악, 장면, 움직임이 유기적으로 이어지며 한 사람의 기억이 펼쳐진다. 박 안무가에 있어 할머니는 단순히 보호받는 존재가 아니라 세대를 이어 온 창작자이다. 그 손길의 기억을 다시 무대 위로 불러내 잊혀 가는 돌봄의 감각을 회복하고자 한다.
박소희 안무·연출의 신작 ‘그랜니코드: 파트(Part) 1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포스터. 뽕잡화점 제공
이번 공연이, 그의 바람처럼, 단절된 세대의 시간을 이어 붙이고, 사적인 기억이 공감의 언어로 확장되는 따뜻한 예술적 응답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공연을 위해 준비되는 공간에는 박 안무가 할머니의 뜨개 작품이 함께 전시된다.
한편, 경성대 무용학과와 연극영화과를 복수 전공한 박 안무가는 뽕잡화점 외에도 하야로비 무용단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올해만 해도 프랑스 에르베 쿠비 무용단 ‘노 매터’ 출연, BIDF부산국제무용제 BIDAM청춤챌린지 선정 ‘황혼의 노래’(DUSK CHORUS) 안무·출연, 프랑스 몽펠리에 현대춤·아츠인탱무용축제 ‘황혼의 노래’ 해외 초연(댄스필름 부문 베스트 선정) 등으로 바쁘게 보냈다. 그 전년도에는 제26회 전국차세대안무가전에서 ‘비포 선셋’(Before Sunset) 안무·출연으로 최우수상·연기상 2관왕을 수상한 바 있다.
공연 시간 19일 오후 7시, 20일 오후 5시, 21일 오후 3시·5시. 뽕잡화점 구성원이 출연, 비주얼 디렉터, 홍보 등으로 함께했다. 입장료 1만 5000원.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