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인력과 수도권 기업 잇는 ‘AI 브리지 프로그램’ 운영하자”
부산일보 ‘지방 소멸 대안, 원격근무’
비스텝 공식보고서에 내용 담겨
지역 인재 유출 대안으로 부상
AI 인재 많은데 일자리는 부족
부산·역외 기업 협력 구축 제안
“시 정책 수립 기초자료로 활용”
클립아트코리아
속보=원격근무 매칭 지원 등을 적극 활용해 지역 과학 인재 유출을 막아야 한다는 〈부산일보〉의 ‘지방 소멸 대안, 원격근무’ 기획 시리즈(부산일보 11월 17일 1면 등 보도) 이후 관련 보도 내용을 해법으로 제시한 공식 보고서가 처음 나왔다. 지역기업과 지역 인재를 연결하던 기존 정책 방향에서 벗어나, 관련 일자리가 풍부한 수도권 기업과 지역인재를 ‘원격근무’로 연결하는 방안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이 담겨 주목받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은 부산시 산하 출연기관인 부산과학기술고등교육진흥원(이하 비스텝)이 최근 채용공고를 기반으로 AI 인력 현황과 산업 수요를 종합 분석한 ‘부산시 AI 인력 현황과 지역인재 양성 방안’ 보고서에서 나왔다. 해당 보고서는 인재 양성에만 치우처져 있었던 기존 정책에서 한걸음 나아가, 고용 여건이 풍부한 수도권 기업과 지역 인재를 매칭하는 정책을 처음 제안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보고서는 부산을 비롯한 동남권 소재의 AI 분야 전공자의 취업 특성과 부산 기업의 AI 인력 수요를 분석해 지역 산업 기반의 AI 인재 양성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연구진은 지난해 3월부터 올해 6월까지 온라인 채용 플랫폼에 올라온 공고를 기반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보고서는 부산 AI 인력의 지역·수도권 기업 원격 근무 매칭을 지원해, 지역 인력이 부산에 정주하면서 다양한 기업의 AI 직무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부산에 인재들의 수요를 충족하는 일자리가 없다면, 관련 일자리가 풍부한 수도권 기업과 지역인재를 원격근무 형태로 연결해 상주 인재를 늘리자는 구상이다.
<부산일보>는 ‘지방 소멸 대안, 원격근무’ 기획 보도를 통해 지역인재 유출 방안으로 원격근무 활성화를 제안했다. 지난달 13일 부산일보사에서 열린 전문가 간담회 모습. 김종진 기자 kjj1761@
연구진은 구체적으로 부산 정주 AI 인력과 지역·수도권 기업 간 원격 근무·프로젝트 기반 고용을 지원하는 가칭 ‘AI Bridge 프로그램’ 운영을 제안했다. 부산시와 지역 내외의 기업 간에 협력 체계를 구축해 관련 인재 교육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일자리 매칭까지 나아가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런 제안은 부산이 AI 인재를 많이 배출하는 데 반해, 인재들이 갈 기업이 없다는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동남권의 AI 인재 배출은 최근 3년간 9배 이상 증가했지만, 부산 AI 관련 채용 공고는 전체 공고의 2.5%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수도권은 85.4%를 차지해 지역 간 격차가 뚜렷했다. 또 관련 직무 고용 형태에서 정규직 비율은 77.1%로, 수도권(83.4%)과 전국(82.7%)에 비해 낮은 비중을 차지하는 등 지역의 AI 기반 생태계가 매우 취약함을 보여준다.
동남권 AI 인재 배출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최근 3년간 동남권 AI 분야 졸업자·취업자는 2021년 3008명에서 2023년 4046명으로 약 35% 증가했다. 특히 AI 학과 졸업자는 2021년 93명에서 2023년 888명으로 9배 이상 증가했다.
이 같은 지역 내 인재와 기업 간 미스매치는 부산 산업의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제조업의 AI 전환이 더딘 데서 기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동남권 AI 분야 졸업자 가운데 제조업 취업 비율이 31.6%로 다른 산업군보다 높다. 지난달 대한상의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AI 활용 비율이 수도권 기업은 40.4%인 데 반해, 비수도권은 17.9%에 그친다. AI 관련 부산 일자리들이 주로 제조업에서 나오지만, 제조업의 AI 전환이 더디다 보니 관련 일자리 역시 충분히 늘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류수민 비스텝 연구원은 “해당 보고서가 부산시가 관련 정책들을 수립하는 데 기초자료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