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가 구원투수 될까… ‘아바타3’ 17일 개봉
16년 역사의 시리즈 3탄 '불과 재'
15일 기준 사전 예매율 73% 기대감
영화 ‘아바타: 불과 재’가 17일 개봉한다. 2009년 1편, 2022년 2편에 이어 16년째 이어져 온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다. 개봉을 이틀 앞둔 15일 기준 사전 예매율은 73%로 전체 예매율 1위를 기록했다. 연말 극장가에 대형 신작이 드문 상황에서, 이 작품이 극장가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 영화계가 주목하고 있다.
‘아바타’ 시리즈는 한국 영화 시장에서 독보적인 기록을 써왔다. 2009년 개봉한 1편은 1362만 명을 동원하며 국내 최초로 천만 관객을 넘긴 해외 영화로 남아 있다. 2022년 개봉한 2편 ‘아바타: 물의 길’ 역시 1082만 관객을 기록했다. 두 편 모두 천만을 돌파한 외화 프랜차이즈는 ‘아바타’가 유일하다. 이번 작품까지 흥행에 성공할 경우, 시리즈 누적 관객 3000만 명에 근접하게 된다.
흥행 기대감은 수치로도 드러난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아바타: 불과 재’는 개봉을 이틀 앞둔 15일 오전 7시 기준 사전 예매율 73%, 예매량 38만 장을 기록하며 전체 예매율 1위에 올랐다. 국내 주요 극장 3사 사이트에서도 모두 예매율 1위를 차지했다. 올해 아직 천만 관객 영화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개봉 전부터 형성된 예매 흐름은 이례적이다.
‘아바타: 불과 재’는 제이크 설리 가족의 상실 이후를 그린다. 슬픔에 잠긴 설리 가족 앞에 불을 숭배하는 ‘재의 부족’이 등장하고, 판도라 행성에는 또 다른 위기가 찾아온다. 숲과 바다를 중심으로 전개됐던 이전 시리즈와 달리, 이번 작품은 타오르는 불과 잿빛 풍경을 전면에 내세워 판도라의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다.
이번 작품에서 처음 등장하는 재의 부족 ‘망콴족’은 화산 폭발로 고향을 잃은 집단이다. 이들은 판도라의 신 ‘에이와’를 불신하며 공격적인 성향을 보인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2012년 내셔널지오그래픽 촬영으로 파푸아뉴기니를 방문했을 당시 화산재에 뒤덮인 마을에서 강한 인상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화산 폭발로 삶의 터전을 잃은 공동체의 기억과 트라우마를 망콴족의 비주얼과 서사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세계관 확장도 이어진다. 가스를 채운 거대한 생명체가 하늘을 떠다니며 이동하는 ‘바람 상인’은 이번 작품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문화다. 카메론 감독은 실크로드를 오가던 유랑 상단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설명하며, 바람 상인이 단순한 운송 집단이 아니라 정보와 문화를 교류하는 존재임을 강조했다. 판도라가 단일한 배경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와 역사를 품은 세계라는 점을 드러내기 위한 장치다.
이 작품에서 서사의 중심축은 이전보다 더 분명하게 가족으로 이동한다. 제이크 설리와 네이티리 부부보다 차남 로아크와 또래 인물들의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카메론 감독은 “반항심을 가진 10대의 시선은 부모와 전혀 다른 방향을 향한다”며 “외부의 적뿐 아니라, 가족 내부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함께 그려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상실 이후 각기 다른 방식으로 슬픔을 견뎌내는 가족 구성원들의 감정선이 이번 편에서 보다 세밀하게 다뤄진다.
기술적으로도 시리즈의 연장선에 있다. 영화에는 3500개에 달하는 시각특수효과(VFX) 쇼트가 사용됐으며, 사실상 모든 장면에 시각효과가 적용됐다. 다만 카메론 감독은 생성형 인공지능(AI)에 대해서는 분명한 선을 그었다. 그는 “이번 작품에 생성형 AI는 단 1초도 사용하지 않았다”며, 방대한 시각효과 역시 배우들의 실제 연기를 기반으로 완성됐다고 설명했다.
감독은 “AI는 제작비 절감과 작업 효율 측면에서 도구로 활용될 수 있지만, 배우와 작가의 자리를 대신해선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판도라가 살아 있는 세계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배우들이 쌓아온 경험과 감정이 연기에 고스란히 담겼기 때문”이라며 “이 점은 기술로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시리즈 세 번째 작품인 ‘아바타: 불과 재’는 이후 공개될 4·5편을 위한 연결 고리이면서도, 하나의 이야기로 완결성을 갖춘 작품을 지향한다. 카메론 감독은 “이번 영화는 감정적으로 가장 깊이 내려간 작품”이라며 “관객이 인물들의 선택과 상실을 충분히 따라갈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