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급여 월 1조 원 시대’…반복수급 차단 법안 발의
올해 11월까지 구직급여 누적지급액 11.5조 원
올해 연간 지급액 약 12조 원, 역대 최대 전망
김소희 의원, 실업급여 요건 강화한 법안 발의
피보험단위기간 ‘180일→12개월’로 강화 골자
지난달 10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2025 부산청년 글로벌 취업박람회’에서 청년 구직자들이 현장 등록을 하고 있다. 부산일보DB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소희 의원은 반복수급이 증가하고, 근로유인이 약화 되는 현행 실업급여 제도를 전면적으로 손질하기 위한 ‘고용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16일 밝혔다.
개정안은 피보험단위기간을 기존 180일에서 12개월로 강화해 반복수급을 차단하고, 실업급여가 재취업을 촉진하는 안전망으로 기능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구직급여 누적 지급액은 11조 4715억 원으로, 12월까지 포함하면 올해 연간 지급액은 약 12조 원으로 역대 최대치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처럼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고 있음에도 노동시장의 실질적 회복 지표는 오히려 악화되는 실정이다. 지난 11월 기준 구직자 1인당 일자리 수(구인배수)는 0.43으로 떨어지며,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신규 구인은 줄어들고, 구직자는 늘어나는 현상 탓에 실업급여 지출이 실업 해소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소희 의원은 “현 제도가 실업을 극복하는 안전망이 아니라 실업과 단기 취업을 반복하게 만드는 구조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특히, ‘쉬었음 청년’ 급증으로 근로유인 약화 문제는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30대 ‘쉬었음’ 인구는 지난 11월 기준으로 31만 4000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고,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1년 전보다 17만 7000명 감소하고, 고용률은 19개월 연속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소정 국회의원. 김소정 의원실 제공
짧게 일해도 장기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고, 일하는 것과 쉬는 것의 소득 차이가 크지 않아 ‘쉬었음’을 오히려 부추기는 구조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현 제도는 18개월 중 180일만 일하면 월 193만 원 이상을 4~9개월씩, 횟수 제한 없이 반복 수급할 수 있다. 그 결과 ‘5년간 3회 이상’ 실업급여를 받은 반복 수급자는 2020년 9만 3000명에서 2023년 11만 3000명으로 21.5% 증가했다.
이러한 반복수급 구조는 실업급여 재정 고갈 위험으로 직결되고 있다.
김소희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실업급여 계정은 올해 2330억 원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내년에는 사실상 적립금이 소진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제도 남용을 방치할 경우 경기 침체나 대규모 실직 상황에서 정작 보호가 필요한 비자발적 실직자에 대한 지급 여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아울러, 정부가 2027년부터 자발적 이직자에게도 구직급여를 지급하겠다는 방침에 대해 김 의원은 “실업급여는 비자발적 실직자를 보호하기 위한 사회보험인데, 자발적 이직까지 포함하는 것은 제도의 성격을 흐릴 수 있다”며 “연간 약 12조 원이 지출되고 재정 고갈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수급 대상을 넓히는 것은 우선순위가 잘못된 선택”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180일 요건은 30년 가까이 유지돼 온 대표적인 구조적 허점”이라며 “이제는 실업급여를 얼마나 더 지급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해야 실업을 줄이고, 재취업을 앞당길 것인가의 관점에서 제도를 재설계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