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내장 광조절 인공수정체 ‘LAL’… “수술 후에도 미세 조정 가능한 획기적 기술”
0.5D 이내 오차 발생 80% 수준
렌즈에 자외선 쏘아 3차례 교정
라식·라섹 수술받은 환자 효과 커
플러스 버전은 노안교정도 가능
1.0 목표시력 얻을 확률 2배 높아
더참안과 지난 10월 부산서 첫 수술
불규칙 난시와 라식수술을 받은 환자의 경우 백내장 수술 후에 오차가 발생할 수 있는데 LAL(광조절 인공수정체)은 3차례에 걸쳐 미세 조정이 가능하다. 사진은 더참안과 신동효 원장이 백내장 LAL 수술을 하고 있는 모습. 더참안과의원 제공
백내장은 수정체의 혼탁으로 글자가 겹쳐 보이거나 흐릿해지고, 빛이 퍼져 보이는 증상을 말한다. 근원적인 치료를 위해선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거하고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방식으로 수술을 진행해야 한다.
첨단 광학장비의 개발과 수술기술의 발전 덕분에 백내장 치료는 안전성과 효과 측면에서 크게 향상됐다.
그러나 환자 입장에서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예상과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수술 전에 아무리 정밀하게 검사를 해도 눈의 회복 과정, 생활 습관, 혹은 과거 라식 수술 이력 등에 따라 수술 후 실제 시력과는 차이가 생길 수 있다.
환자의 각막 곡률 변화, 안구 내 염증 반응, 시력 선호도 등 다양한 변수가 존재할 수도 있다. 이런 오차로 많은 환자가 수술 후 렌즈나 안경을 추가로 사용하고, 간혹 레이저 수술 등 부가적인 치료를 받기도 한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새로운 기술이 LAL(Light Adjustable Lens, 광조절 인공수정체)이다. 백내장 수술 후에도 빛을 이용해 도수를 조정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을 가진 인공수정체이다. 기존 렌즈가 수술 전 계산값으로 도수가 고정되는 것과 달리, 이 기술은 수술 후 실제 생활 속에서 환자가 체감하는 시력에 맞춰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다.
■백내장 수술 새로운 패러다임 ‘LAL’
백내장 수술을 위해선 환자에게 맞는 인공수정체를 선택하게 된다. 이때 수술 전 각막 상태와 안구 길이 등을 기반으로 인공수정체 도수도 계산해 준다.
문제는 ±0.5 디옵터 이내 굴절 오차 범위에 들어가는 비율이 기존 인공수정체 기준으로 80% 수준에 그친다는 것이다. 20% 내외는 수술 후에 0.5 디옵터 이상의 오차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더참안과 신동효 원장은 “대부분의 환자는 0.5 디옵터 정도 오차가 있어도 큰 문제가 안될 수 있지만 시력에 민감한 직업군이나 빛번짐에 예민한 이들은 미세한 오차에도 불편을 느낄수 있다”며 “게다가 라식이나 라섹 경험자와 불규칙 난시가 있는 환자는 도수 예측이 더 어려워 기존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LAL은 이런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개발된 인공수정체다. 수술 시 일반 인공수정체처럼 삽입하되 수술 후 3주간의 회복 기간이 지나서 자외선 조사장비로 시력 조정이 가능하다.
수술 후 자외선 장비를 이용해 렌즈 내부에 빛을 쏘면, 물질이 광중합 반응을 일으켜 렌즈 모양이 바뀐다. 수술 후 가까운 거리가 예상보다 잘 안 보이면 렌즈 가운데가 볼록해지도록 빛을 쏘아 주는 식이다. 환자의 생활 패턴과 요구에 맞춰 2~3회에 걸쳐 세밀하게 조정을 반복하고, 마지막에는 ‘락인’이라는 고정 과정을 거쳐 도수가 더 이상 변하지 않도록 한다. 도수를 조율하는 모든 과정은 통증이 거의 없고 짧은 시간 안에 끝나며, 마취도 필요하지 않다.
이 기술의 장점은 환자가 실제 생활 속에서 경험한 시야를 바탕으로 수술 후에도 원하는 시력을 찾아가는 과정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도수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렌즈 교환이라는 재수술이 필요했지만 LAL은 외래에서 간단한 조정 작업만으로 목표 시력에 도달할 수 있어 재수술 부담을 줄이는 것이 특징이다.
■난시와 라식수술 받은 환자 만족도 높아
LAL 수술은 과거에 라식이나 라섹 수술을 받은 환자에게 특히 좋은 대안이다. 또 고도근시나 고도원시 등 안구 구조가 일반적이지 않아 기존 렌즈로 정확한 도수를 맞추기 어려웠던 환자들에게도 새로운 선택지로 떠오르고 있다. 총 3회에 걸쳐 도수를 조정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기 때문에 정교한 시력이 필요하거나 수술 후 시력변화에 민감한 이들에게 권할만 하다.
신 원장은 “각막 표면이 고르지 않은 불규칙 난시는 빛이 망막에 고르게 모이지 않아 시력 수치가 비슷해도 시력의 질이 떨어지곤 한다”며 “특히 라식·라섹 등 굴절교정수술을 받은 눈에 다초점 인공수정체를 삽입할 경우 예측 오차와 고위수차로 인해 시야흐림, 빛번짐 등 불만족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LAL의 또 다른 버전인 LAL+는 단초점 렌즈를 바탕으로 연속초점 성격을 부여해 초점 범위를 넓혀주는 인공수정체다. 원거리, 중간거리, 근거리에서 비교적 자연스럽게 볼 수 있도록 설계돼 노안 교정, 백내장 수술을 동시에 고려하는 환자에게 새로운 옵션이 될 수 있을 전망이다.
신 원장은 “노안 교정과 백내장 수술을 동시에 고려하는 환자에게 매우 유용한 솔루션”이라며 “국내 백내장 수술 환경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기술”이라고 평가했다.
■부산 첫 LAL 수술 시행
지난 10월 30일 부산에서 40대 후반 여성이 첫 LAL 시술을 받았다. 20년 전에 라섹 수술을 받았던 환자로 근시가 재발되고 백내장이 생긴 케이스다. 기존의 백내장 수술로는 정교한 시력 교정이 어려울 수 있어 수술을 미루다가 LAL시술을 받았다.
신 원장은 “환자가 시술을 받은 후에 한 차례의 시력 조정 과정을 거쳤는데 현재 원거리는 1.0 근거리는 0.9 시술을 유지하고 있다. 한번 더 조정작업을 진행하면 조금 더 개선된 시력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LAL 수술은 그 정교함과 정확도를 임상 데이터로 입증 받은 바 있다. 미국에서 2017년 FDA 승인 후에 2024년까지 22만 건의 수술이 이루어졌고 수술을 받은 환자 대다수가 수술 후 교정으로 목표 도수에 도달했다.
또 기존 인공수정체보다 1.0 시력을 얻을 가능성이 2배 정도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고 난시 교정에서도 92.2%의 높은 정확도를 보였다.
김병군 기자 gun39@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