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이전 시작했는데 HMM 노조는 여전히 반대 입장
"협의 없이 강행 시 총파업"
실질적 인센티브 제시 절실
스페인 알헤시라스 터미널(TTIA)에 기항하는 2만 4000 TEU급 컨테이너선 ‘HMM 알헤시라스호’. HMM 제공
정부의 ‘해양 수도 부산’ 전략에 따라 일부 해운기업들이 부산 이전에 동참하고 있지만 HMM은 노동조합의 반발에 발목이 잡혀 있다. 정부가 지분 70% 이상을 보유한 만큼 이전 자체는 어렵지 않게 추진할 수 있지만, 구성원 의견을 외면한 강행은 정치적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해양산업 집적이라는 명분을 살리고 HMM 노조 동의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정부가 HMM 직원들에게 얼마나 실질적인 인센티브를 제시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HMM 노조는 정부와 대주주가 노조와 협의 없이 본사 이전 절차를 강행한다면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앞서 노조는 지난 4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본사 강제 이전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본사 이전은 노동자 생존권과 직결된 사안으로 경영 판단의 영역으로 남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9일 열린 2026년 임금·단체협상(임단협)에서도 사 측이 진행 중인 ‘부산 이전 관련 2차 외부 타당성 조사’의 즉각 중단을 요구했다. HMM 노조 관계자는 “1차 타당성 조사에서도 이미 HMM의 부산 이전은 ‘부적합’ 판정이 나왔다”면서 “정부가 어떤 인센티브도 제시하지 않았는데 노조와 상의도 없이 2차 조사를 진행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HMM은 민간기업이지만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지분 70.5%를 보유한 만큼 주요 의사결정에서 정부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사측이 두 차례 타당성 조사를 추진하는 것 역시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1월 둘째 주 발표를 예고한 ‘HMM 부산 이전 로드맵’에 부응하려는 조치라는 것이 노조의 시각이다.
결국 이번 이전 문제는 정부가 노조 설득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서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조가 단체행동에 나선 것도 전 장관이 최근 언론과 국회에서 “HMM 부산 이전은 국정과제”라고 강조하며 강한 드라이브를 건 것이 기폭제가 됐다.
HMM 부산 이전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속도가 붙는 분위기다. 정부는 해수부와 함께 HMM을 부산으로 이전해 해양 수도 조성을 가속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운다.
다만 회사 구성원들의 동의 없이 무리하게 강행할 경우 정치적 부담은 물론, 물류 대란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사태 해결의 열쇠는 내달 발표될 로드맵에 담길 인센티브 수준이 될 전망이다. 부산 이전에 따른 직원들의 주거·교육·복지 지원 등 실질적인 보상책이 얼마나 구체적으로 마련되느냐에 따라 노조 설득 여부가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의지가 강하지만 노조의 반발을 무시하며 드라이브를 걸 순 없다”며 “직원마다 처한 여건이 다른 만큼, 명분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실리를 챙기는 세밀한 방안으로 협상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상현 기자 songs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