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어든 술 소비… 주류업계 저도주·무알콜로 '송년회 공략'
올해 소비 감소로 고전하던 업계
한정판·신제품 출시로 주당 ‘눈길’
홍콩 미쉐린 식당 브랜드 협업도
하이트진로와 슈피겐코리아가 협업한 모바일굿즈와 편의점 GS25와 가수 지드래곤이 손잡고 출시한 ‘데이지에일’ 맥주, CU가 전통 차와 맥주를 혼합한 신제품 주류(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각 사 제공
송년회 등 모임이 많은 연말 특수를 맞아 주류업계와 각 유통채널이 ‘주당’들의 눈길을 끌기 위한 올해 마지막 총력전에 돌입했다. 주류 제조사는 크리스마스 등 연말 분위기를 살린 한정판과 건강을 중시하는 ‘헬시 플레저’ 소비 추세에 맞춘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주요 편의점은 최근 주류 소비 문화를 반영해 하이볼 등 저도주 상품군을 늘리고 특가전을 펼치고 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주류업계는 올해 극심한 암흑기를 지나고 있다.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에 따른 소비 감소와 함께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주류 소비문화의 빠른 변화도 업계의 발목을 잡았다. 여기에 헬시 플레저 문화도 주류 소비 감소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 같은 추세는 통계와 실적으로도 나타난다.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희석식 소주 출고량은 전년 대비 3.4% 감소한 81만 5712킬로리터(kL)를 기록했다. 맥주 역시 163만 7210kL로 ‘술 안 먹는’ 소비 성향이 숫자로 드러났다. 국내 대표적인 주류회사인 하이트진로의 지난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2.3%, 22.5% 감소했다. 롯데칠성음료의 주류 부문도 같은 기간 매출이 5.3% 줄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소맥(소주+맥주)으로 대표되는 술자리 대신 ‘러닝’을 즐긴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술자리 문화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며 “새로운 트렌드에 맞는 상품을 개발하는 동시에 수출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우선 주류업계는 부담 없는 송년회를 위해 무알콜과 제로칼로리 등 기능성 상품을 늘리고 있다. 죄책감과 동시에 즐거움을 주는 ‘길티 플레저’ 이미지부터 개선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이트진로는 ‘통풍’ 유발물질인 ‘퓨린 함량을 낮춘’ 발포주 ‘필라이트 더블 컷’을 한정 출시했다. 해당 제품은 2년 전 큰 인기를 끈 후 재출시 요청이 이어지자 기능성을 강화해 다시 선보였다. 오비맥주는 ‘카스 올제로’ 등 자사 무알콜 제품을 모은 오비맥주 공식 스마트스토어를 개설하고 헬시 플레저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다른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한 제품도 연말 분위기 조성의 핵심이다. 코카콜라와 미국 위스키 브랜드 ‘잭다니엘’은 RTD(Ready To Drink·바로 마실 수 있는) 주류 ‘잭다니엘 & 코카-콜라 제로슈가’를 출시해 눈길을 끈다. 오랜 시간 사랑 받은 칵테일 ‘잭콕’을 상품화한 이번 신제품은 일본에서 먼저 출시한 후 여행객 사이에 입소문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출시로 이어졌다.
이밖에 하이트진로는 ‘이마트 노브랜드’와 협업한 ‘두꺼비 홈술포차’ 안주류 5종, 슈피겐코리아의 브랜드 페스티버와 협업한 모바일 굿즈 13종으로 MZ세대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편 홈파티 수요가 많은 연말은 편의점업계도 놓칠 수 없는 대목이다. 특히 유행에 민감한 젊은 소비자를 겨냥한 새로운 맛의 신제품이 쏟아지고 있다.
편의점 GS25는 가수 ‘지드래곤’의 감성을 담은 ‘데이지에일’를 11일부터 판매한다. 데이지에일은 지드래곤의 패션 브랜드 피스마이너스원, 일본 양조장 히타치노네스트가 협업해 만든 에일 맥주로 정식 발매 전 부산광장점 등 전국 3곳에서 팝업스토어를 운영하기도 했다.
CU는 홍콩 미쉐린 딤섬 레스토랑 ‘팀호완’과 협업해 ‘팀호완 자스민 에일’을 10일 선보인다. 팀호완의 자스민 차를 냉침해 베이스 원액을 만들고 독일산 노블 홉 ‘할러타우 트레디션’을 더했다. 또 최근 말차 유행에 발맞춰 ‘딥 말차 라거’ ‘딥 말차 하이볼’도 내놓는다.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