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눈] 한 장 남은 달력과 사자성어
어느덧 2025년의 달력도 한 장만을 남겨 놓고 있다. 매년 연말이면 지난 한 해를 돌아보고 다가올 새해, 새날에 적합한 사자성어를 정해 새로운 각오를 다지곤 한다. 2025년을 맞이할 때, 중소기업계가 선정한 사자성어는 인내심을 발휘해 어려움을 이겨낸다는 뜻을 담은 ‘인내외양’(忍耐外陽)이었다. 중소기업인들이 어려운 경제 위기를 인내심을 갖고 이겨내겠다는 의지를 담았을 것이다. 또 올해를 마무리하며 전국 대학교수들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는 ‘변동불거’(變動不居)였다. 세상이 잠시도 멈추지 않고 끈임없이 흘러가면서 변한다는 뜻으로, 한 해동안 거센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놓여 있었던 국내 정세를 잘 반영했다.
개인적으로 내년이면 나이가 지천명에 이른다. 공자는 논어에서 50세가 되면 세상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고, 하늘의 뜻을 알게 된다고 했다. 이는 단순히 숫자를 넘어서 인격적인 성숙을 의미한다고 생각된다. 지천명을 바라보는 입장에서 2025년은 너무나 빨리 지나갔다. 첫째 아이가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엄마인 나도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무척 바빴고, 늘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나를 찾던 시아버님이 갑자기 세상과 작별하셨다. 주부이자 엄마, 며느리였던 일상에 변화가 생겼고, 빈 자리엔 공허함이 차오르기도 했다.
올해 나만의 사자성어는 세월은 흐르는 물과 같다는 뜻의 ‘세월유수’(歲月流水)가 아니었을까. 억지로 현실의 고단함과 이별의 슬픔에 붙잡혀 연연하기보다는 이를 세월의 흐름 속에 받아들이고, 새로운 환경으로 나아간다는 하늘의 이치를 조금은 공감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2026년 붉은 말의 해 병오년에 걸맞는 사자성어는 ‘스스로 강해지길 멈추지 않는다’는 뜻의 ‘자강불식’(自强不息)으로 삼으려 한다. 늙어감을 거스를 순 없지만, 긍정적인 마음가짐과 건강한 육체로 하루하루 충실하다 보면 2026년은 인생의 깊이가 무르익어 가는 알찬 시간이 되리라 생각한다. 공지원·부산 연제구 법원북로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