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큰 울림 영화들 스크린에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영화 ‘고당도’ ‘여행과 나날’ 등
단단한 주제 의식·연출 돋보여

영화 ‘고당도’ 스틸컷. 트리플픽쳐스 제공 영화 ‘고당도’ 스틸컷. 트리플픽쳐스 제공

작지만 큰 울림을 전하는 영화들이 연말 극장가에 출사표를 던진다. 각자의 방식으로 가족의 무게와 삶의 쉼표를 포착한 ‘고당도’와 ‘여행과 나날’이 10일 스크린 개봉해 관객을 만난다. 대규모 해외 프랜차이즈 영화가 밀려든 올 연말, 단단한 주제 의식과 개성 있는 연출이 돋보이는 두 작품이 극장가에 신선한 선택지를 더할 예정이다.

영화 ‘고당도’는 조카의 등록금을 마련하려는 가족이 병상에 누운 아버지의 가짜 장례식을 치르며 벌어지는 해프닝을 다룬다. 부양의 책임을 지는 딸 선영, 사채업자에게 쫓기는 남동생 일회, 꿈을 감춘 조카 동호 등 각 인물의 사정이 얽히며 블랙 코미디적 긴장과 씁쓸한 공감을 만든다. 세 번의 장례식에 이르는 과정에서 가족의 무게와 관계의 결들을 비추는 방식도 눈에 띈다. 배우 강말금·봉태규의 호흡은 캐릭터의 현실감을 높이며 작품의 중심축을 단단하게 잡아준다. 메가폰은 권용재 감독이 잡았다.

영화 ‘여행과 나날’ 스틸컷. 엣나인필름 제공 영화 ‘여행과 나날’ 스틸컷. 엣나인필름 제공

같은 날 개봉하는 ‘여행과 나날’은 글을 쓰는 일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행을 떠난 각본가 ‘이’의 시간을 따라간다. 미야케 쇼 감독은 극중극 구조를 활용해 전반부에는 주인공이 쓴 영화, 후반부에는 그의 여행을 배치하며 말의 한계를 벗어나 감각으로 확장되는 경험을 설계했다. 대사보다 계절의 소리·빛·질감을 앞세운 연출은 관객을 여행자의 위치에 놓고, 무심한 여관 주인 벤조와의 예측 불허한 여정은 소박한 유머와 여백을 남긴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