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화력 붕괴 수사, 발주처도 겨눴다… 동서발전 등 9명 입건
동서발전 3명·HJ 4명, 하청 2명 입건
시공·하청에만 책임 묻던 수사 관행 깨
발주부터 하청까지 ‘구조적 인재’ 규명
경찰 “지위 고하 막론” 수사 확대 예고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 현장. 부산일보DB
9명의 사상자를 낸 울산화력발전소 붕괴 참사와 관련해 경찰이 시공사뿐만 아니라 발주처인 한국동서발전 관계자까지 형사 입건하며 수사를 전방위로 확대하고 있다.
사고 책임을 시공사나 하도급 업체에만 묻던 관행을 깨고, 발주 단계에서부터 이어진 구조적 원인을 규명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울산경찰청은 울산화력발전소 붕괴 사고와 관련해 발주처인 한국동서발전 관계자 3명, 시공사인 HJ중공업 공사 책임자 4명, 발파 전문 하도급 업체인 코리아카코 현장 책임자 2명 등 총 9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8일 밝혔다.
현장 관리에 일차적 책임이 있는 시공사와 하도급 업체뿐 아니라, 동서발전 실무진까지 입건 대상에 포함한 것이 이례적이다. 발주처의 주의의무 소홀 역시 이번 사고의 중대한 원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의미다.
경찰은 이들 업체가 작업 매뉴얼인 ‘기술시방서’를 무시하고 위험한 방식의 해체 공사를 강행했다고 보고 있다.
한국동서발전의 ‘4·5·6호기 해체공사 기술시방서’에는 “사전 취약화 작업은 최상층부터 하고, 상층 부재의 내장재 철거나 취약화 작업이 완료되기 전에는 아래층 주요 지지부재 취약화를 실시해선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경찰은 상층부가 아닌 하부나 중간 지점에서 취약화 작업이 먼저 진행됐으며, 구조물의 하중을 버텨야 할 아래쪽을 미리 잘라낸 탓에 타워가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붕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직접 공사를 수행한 코리아카코에는 시방서와 다르게 작업한 혐의를, HJ중공업에는 현장 공정이 매뉴얼대로 이행되는지 확인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발주처인 동서발전 관계자들 역시 현장에 대한 총괄적인 관리·감독 의무를 소홀히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수사당국이 발주처 실무진까지 피의자로 전환한 것은 이번 사고가 단순한 현장 작업자의 과실을 넘어선 ‘구조적 인재’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번 수사가 실무진 선에서 그치지 않고 발주처 경영진 등 ‘윗선’으로 확대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는 피의자 조사 초기 단계로 (경영진 수사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라며 “추가 조사 과정에서 누구든 혐의점이 확인되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울산경찰청은 지난 3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공단 등 관계자 20여 명과 함께 2차 합동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감식반은 붕괴된 5호기 보일러 타워의 메인 기둥 등 주요 구조물의 치수를 정밀 측정하고, 사전 취약화 작업을 위해 절단된 부위의 위치와 크기를 확인했다.
또, 구조적 결함 여부를 밝히기 위해 주요 부분의 시료를 채취해 정밀 분석에 들어갔다. 경찰은 감정 결과가 나오면 관련자 진술 등을 종합해 사고 원인을 규명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지난달 6일 오후 2시 2분 울산화력발전소에서 높이 63m, 가로 25m, 세로 15.5m의 보일러 타워 5호기가 무너져 당시 현장에 있던 작업자 9명 중 7명이 매몰돼 모두 숨졌다.
2명은 매몰 직전 자력으로 탈출했으나 중경상을 입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