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 빈집 대책 실질적이고 창의적인 접근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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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지속 가능한 빈집 정비 생태계 조성
도시재생과 사회적 가치 창출 거점돼야

부산 동구 주택가에 방치된 빈집들의 모습. 이재찬 기자 chan@ 부산 동구 주택가에 방치된 빈집들의 모습. 이재찬 기자 chan@

저출산, 초고령화, 인구 유출을 겪는 부산에서는 원도심을 중심으로 공동화와 빈집이 확산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부산의 빈집은 작년 기준 1만 1471호에 달한다. 특히 중구, 동구, 영도구 등 원도심에서 노후공동주택의 빈집 발생이 두드러지며, 고령자 1인 가구 비율도 높다. 해안가와 도심에 아파트 개발이 진행되고, 시 외곽지에 에코델타시티 등 대규모 택지 개발이 한창인 상황에서 원도심의 인구 유출은 구조적으로 가속할 수밖에 없다. ‘지역 소멸의 그늘’인 빈집 문제는 지역사회가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이런 가운데 부산시가 내년부터 빈집 정비 고도화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것은 시의적절하다.

시는 지난해 〈부산일보〉 ‘부산 빈집 SOS’ 기획 보도를 계기로 같은 해 12월 ‘부산형 빈집 대책’을 발표했고, 올해 초 ‘2025년 빈집 정비 계획’을 내놓았다. 그 연장선에서 시가 지난 1일 발표한 ‘빈집 정비 고도화 계획’은 빈집 소유주의 자발적 철거를 유도하면서 동시에 빈집 활용 시장을 키우는 투 트랙 전략을 취했다. 빈집 증가 속도를 기존 철거 중심의 정책으로 따라잡기에는 한계가 있음을 인식하고, 지속 가능한 빈집 정비 생태계 조성에 방점을 둔 것이다. 지역기업이 빈집을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을 찾고, 지역 건축 관련 단체 등이 활발하게 개입할 수 있는 것이 핵심이다. 지자체와 지역 공동체의 협업으로 다양한 상상력을 실현해야 한다.

시는 이번 고도화 계획을 통해 내년부터 빈집을 활용해 지역 특성에 맞게 다양한 도시재생 공간으로 만든다고 한다. 지역 기업인 (주)미스터멘션 등과 연계해 도심 빈집을 리모델링해 관광객에게 공유 숙박 시설을 제공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시는 대상 빈집을 발굴하고 리모델링비를 지원하면서, 연간 20호씩 5년간 100호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또 지역 특화 모델을 발굴해 해안과 관광지 인근에는 워케이션 장소나 게스트 하우스를, 산단과 공단 인근에는 근로자 기숙사로 정비한다. 빈집을 단순한 주거 용도에 국한시키지 않고, 창의적으로 활용한다면 생활 인구 유입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빈집은 ‘주거의 소멸’을 넘어 ‘지역 기능의 공백’으로 이어진다. 빈집을 창의적인 도시재생의 거점이자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공간으로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세제 특례와 빈집 조사·관리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 인구 감소 지역의 빈집 매매에 대한 양도소득세·종합부동산세 감면 확대, 빈집 소유자 정보 확인 절차 법적 근거 마련 등이 뒤따라야 한다. 국토교통부도 ‘빈 건축물 정비 특별법’ 제정안 발의를 추진하고 있다. 빈집을 지역 맞춤형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보다 실질적이고 창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부산이 지역 소멸을 넘어 지속 가능한 도시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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