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해양수산부 부산 안착에 거는 기대

류순식 기자 ssryu@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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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부터 이사… 이달 하순 개청
해양수도 자부심에 실질 동력 더해
섣부른 기대 경계 목소리 아직 존재
정책 꾸준함·지역 적극 참여가 관건

부산의 겨울바람이 더욱 차가워지는 12월, 그 바람 속에 묵직한 변화가 일고 있다.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이 전광석화처럼 실행된다. 다음 주부터 동구의 IM빌딩과 협성빌딩으로 향할 이삿짐 행렬은 이달 셋째 주까지 이어진다. 이달 하순에는 임시 청사 개청식도 예정돼 있다. 800여 명의 삶과 책상, 꿈과 문서가 한꺼번에 옮겨오는 만큼 두 건물은 요즘 분주한 발걸음과 낯선 기대감으로 가득하다.

해수부의 부산 이전은 단순히 한 부처의 ‘주소 이전’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대한민국 핵심 부처가 세종을 떠나 부산에 둥지를 튼다는 것은 부산이 오래전부터 선언해 온 ‘해양수도’의 위상을 실질적으로 재정립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부산 시민들은 ‘해양수도 부산’이라는 슬로건을 자부심과 기대감을 담아 외쳐 왔다. 이제 그 외침에 실질적인 정책 동력이 더해지는 셈이다.

이번 이전은 해양 관련 인력과 기능, 예산의 부산 집중을 의미한다. 부산의 정체성과 맞닿아 있는 물류·수산·항만·해사 산업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더 많은 인력과 기업, 기관이 부산으로 모여드는 흐름이 만들어진다면 지역 경제 활성화, 청년 일자리 확대, 인재 유출 방지 등 부산이 꾸준히 고민해 온 문제들에도 변화의 실마리가 생길 수 있다.

시민들의 기대도 자연스레 커지고 있다. 해양수산업 종사자들은 “드디어 부산이 해양수도의 길을 제대로 걷게 됐다”며 반색하고, 시민들도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기대 뒤편에는 여전히 조심스러운 물음이 남아 있다. 이번 이전이 부산의 해양산업 체질을 정말 개선할 수 있을까. 부처 이전을 통해 지역 발전을 이끌겠다는 정부의 복안이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유효할까.

부산 시민들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해수부만 내려와서는 절반의 성공도 어렵다는 것을. 그래서 해사법원 설치, 동남권투자공사 설립, 각종 해양 관련 기관·기업의 이전까지 이어져야 진정한 해양 생태계가 구축된다고 말해왔다. 수도권 중심의 구조를 벗어나 부산이 스스로 해양산업의 전 주기를 완결할 수 있어야 한다는 바람이 깃들어 있다.

전재수 해수부 장관은 최근 “동남권투자공사, 해사법원, 산하 공공기관과 해운 대기업의 설립·이전 계획을 담은 로드맵을 내년 1월 중순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 로드맵이 현실화한다면 부산의 해양산업 지형도는 크게 변할 것이다. 그러나 과거 수차례의 ‘이전 발표’가 실제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던 경험도 있다. 중앙 정부가 부산을 균형 발전의 실험대로 삼고자 한다면 단순한 이전이 아니라 인력·권한·예산·산업이 함께 내려오는 ‘기능 이전의 완결성’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또한 부산이 진정한 해양·물류 허브로 거듭나려면 이전 기관과 기업이 지역 대학·연구기관·중소기업과 촘촘히 연결된 산업 생태계를 함께 그려나가야 한다. 인재를 키우고 연구를 이어가며 지역 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구조가 없다면 이번 이전의 효과는 반감될 것이다.

특히 되묻고 싶다. 부산을 바라보는 핵심 의사결정권자들이 글로벌 해양도시에 대한 명확한 철학과 비전을 지니고 있는지? 기업과 기관이 부산에 장기적 투자 계획을 세우는지? 이 질문들에 ‘예’라고 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이전의 의미는 완성될 것이다.

부산은 오래전부터 ‘해양수도’를 꿈꿔왔지만, 그 꿈은 선언에 비해 늘 실체가 부족했다. 이번 해수부 이전과 추가 계획이 그 간극을 좁히는 계기가 될지, 지금 부산은 중요한 갈림길 앞에 서 있다.

이전만 해놓고 ‘임무 완료’를 선언한다면 변화는 반쪽짜리로 남을지도 모른다. 지속적인 정책 추진과 책임 있는 후속 조치가 함께해야만 이 변화가 진짜 부산의 시간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제 공은 부산시로 넘어왔다. ‘해양수도 부산’을 향한 길을 더 빠르게, 더 힘있게 내달려야 한다.

해수부의 정책과 연구개발(R&D)을 지렛대 삼아 해운·항만의 디지털 전환, 미래 해양산업 선점, 수산물 가공·유통·첨단 양식 산업 육성, 해양 관광·마리나 산업 활성화 등에 속도를 붙여야 한다. 인재 양성과 글로벌 해양 네트워크 구축이라는 긴 호흡의 전략도 함께 펼쳐야 한다.

정부 의지와 지역 전략이 어우러지고, 시간이 차곡차곡 쌓여 갈 때 부산은 대한민국 해양 중심이자 세계적 해양도시라는 이름을 스스로 증명하게 될 것이다.

류순식 해양산업국장·한국해양산업협회 사무총장 ssryu@busan.com


류순식 기자 ssryu@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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