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표 ‘1인 1표’에 양분된 민주당…이언주 면전서 공개 반기
지도부, ‘졸속 개정’ 비판에도 ‘관철 의지’
“이 대통령부터 추진한 사안…사후 보완책 논의”
친명계 ‘속도 조절’ 요구…“속도보다는 정당성”
민주당 공개 최고위…정청래 면전서 이언주 작심 비판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정청래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추진 중인 ‘전 당원 1인 1표제’ 도입을 둘러싼 당내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잇단 당내 비판 성명으로 정 대표에 대한 반발이 수면 위로 드러나자,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갑툭튀’가 아니다”라며 정 대표에 힘을 실었다. ‘1인 1표제’을 둘러싼 갈등이 차기 당권 싸움의 전초전으로 번져나가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24일 당무위원회, 오는 28일 중앙위원회를 열고 ‘1인 1표제’를 포함한 당헌·당규 개정 의결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중앙위는 별도의 오프라인 토론 절차 없이 온라인 투표를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 8월 당대표 선거 당시 대의원 1표는 권리당원 17.5표와 같았으나, 이번 당헌·당규 개정안이 최종 의결되면 ‘대의원제’는 유명무실해질 전망이다.
당헌·당규 개정이 본격화되면서 전 당원 ‘1인 1표제’를 둘러싼 당내 갑론을박도 치열해지고 있다. 이번 개정을 두고 친명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정 대표의 행보에 대한 불만이 커지자 정 대표 측근들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표 시절부터 추진했다는 사안임을 부각하며 진화에 나섰다.
이날 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 이언주 의원은 정 대표 앞에서 공개적으로 ‘1인 1표제’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이 의원은 “조금 뒤에 당무위원회가 있다. 여러 안건 중 당대표와 최고위원 선출시 1인1표제 도입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며 “반대하는 분들이 있는 상황에 충분한 숙의를 거치지 않고 이렇게 빨리 급하게 처리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1인 1표제가 이재명 대통령이 당대표 시절부터 추진하던 과제라고 한 정 대표의 주장에 대해서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대의원제의 사실상 폐지가 취약 지역에 대한 고려, 그 외의 문제를 인식하면서 ‘그 정도(절충안)로 하자’고 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정해졌으니 무조건 따라오라’는 식의 방식은 민주적 절차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발언 직후 최고위원회의가 진행 중인 당대표회의실을 그대로 퇴장했다.
1안 1표제를 둘러싼 당내 갈등이 정 대표 측 진화에도 불구하고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박수현 대변인은 페이스북에서 “(1인 1표제는) 정 대표가 말을 한 적도 없는 대표 재선을 위한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옴)가 아니다”라며 “여러 번의 당 혁신 계기에 봇물처럼 터져 나왔던 ‘아래로부터의 요구’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헌·당규 개정안에 ‘대의원과 전략 지역’에 대한 보완내용이 들어있다”며 진화를 시도했다. 한민수 당대표 비서실장 역시 이날 SBS 라디오에 출연해 “1인 1표제는 정 대표만 추진한 게 아니고 민주당의 이어달리기”였다고 정 대표에 힘을 보탰다.
1인 1표제 개정이 가까워지면서 민주당 내 양분된 여론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비판 여론의 포문은 이 의원이 열었다. 이 의원은 21일 페이스북에서 “추진 과정이 비민주적”이라며 여론조사 참여 당원이 전체 권리 당원의 16.81%에 그쳤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 “과거 이재명 대통령은 대의원 권한을 축소할 때도 치열한 토론과 소통을 거쳤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적이 없다”며 정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강득구, 윤종군 의원도 ‘졸속 개혁’이라며 속도전에 불만을 토로했다.
1인 1표제를 둘러싼 당내 갈등은 정 대표의 ‘자기 정치’에 대한 불만에서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내년 8월 예정된 차기 당권을 노리고 정 대표가 당헌·당규 개정을 당대표 연임을 위한 발판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대의원 지지보다 권리당원 지지세가 강한 정 대표가 권리당원의 입김을 키우는 방식으로 당헌·당규를 사전에 개정해 놓으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물밑에서만 오갔던 친명계와 친정계 간 갈등은 1인 1표제 논란을 기점으로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22일 당내 강성 친명계 모임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은 ‘당원들이 원하는 건 진짜 당원 주권’이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노골적으로 정 대표를 비판했다.
정 대표 측도 물러서지 않는 모양새다. 정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표 시절 원외 위원장들도 1인 1표제 강력하게 요구했다”며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 주권정당, 당원 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1인 1표제는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됐던 사안”이라고 말했다. 논란에도 1인 1표제를 끝까지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다진 것이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