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사고 감식 나선 경찰 ‘25m 지점 철기둥’ 정조준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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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취약화’ 절단면 정밀 분석
붕괴 사고 ‘방아쇠’ 규명에 총력
중대 재해 전문 인력 등 총동원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5호기 붕괴 현장. 부산일보DB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5호기 붕괴 현장. 부산일보DB


7명의 사망자를 낸 울산 동서발전 화력발전소 붕괴 사고와 관련해 18일 수사당국의 현장 감식과 국토부 사고조사위원회 가동 등 원인 규명을 위한 전방위 조사가 본격화됐다.

울산경찰청 전담수사팀과 경기남부경찰청 중대재해전담 과학수사팀은 이날 오후 2시께 울산 남구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 사고 현장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공단 등과 함께 합동감식에 들어가 붕괴 원인과 관련된 실마리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합동감식반은 이날 붕괴된 보일러 타워 5호기의 ‘높이 25m 지점’ 철골 기둥 절단면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중장비를 동원해 잔해 속 중량물을 정밀 조사하는 한편, 사안의 특수성을 고려해 추가 합동감식 가능성도 열어뒀다.

경찰과 노동당국은 이번 참사가 타워 해체를 쉽게 하기 위해 기둥 단면을 미리 잘라내는 ‘사전 취약화 작업’ 중 발생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시방서나 안전계획서상 ‘최상층부터 순차적으로’ 진행해야 할 작업을 하중을 많이 받는 ‘중간 지점(높이 25m)’에서 먼저 진행한 정황을 주목하고 있다. 이 부분이 붕괴 사고의 직접적인 방아쇠가 됐는지 가리는 것이 감식의 핵심이다.

감식반은 잔해 속에 묻힌 25m 지점 기둥을 찾아내 절단이 어떤 형태로 이뤄졌는지, 설계보다 과도하게 잘려 나간 것은 아닌지, 혹은 하중을 이기지 못해 찢겨 나간 흔적(좌굴 현상)이 있는지 등을 육안과 계측 장비로 정밀하게 분석한다.

같은 날 정부도 구조적 원인 규명에 착수했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사고 원인 규명과 유사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건설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사조위는 건축 구조 전문가(강구조 설계·해체)인 단국대 이경구 교수를 위원장으로, 사고와 이해관계가 없는 산·학·연 중심의 외부 전문가 12명으로 구성됐다. 운영 기간은 이날부터 4개월 동안이며 상황에 따라 연장할 수 있다.

사조위는 이날 사고 현장 인근에서 첫 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갔다. 이들은 사전 절차 및 설계·구조 검토의 적정성, 하도급 선정·관리 실태, 공사 주체별 의무 이행 여부 등을 폭넓게 확인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경찰은 이날 감식 내용을 바탕으로 사고의 1차적인 메커니즘이 파악되면, 조만간 발주처인 동서발전과 시공사인 HJ중공업, 도급사 코리아카코 등에 대한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감식에서 드러난 기둥의 실제 절단 형태 등을 작업지시서·해체계획서 등 관련 문건과 대조할 예정이다. 현장에서 규정을 무시한 임의 작업이 있었는지, 무리한 공기 단축 지시가 있었는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입증에 나설 참이다.

이미 수색 종료 직후 현장 책임자 등 핵심 관계자에 대한 1차 조사가 이뤄졌으며, 추가 소환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6일 오후 2시께 울산화력발전소에서 가로 25m, 세로 15.5m, 높이 63m 규모 보일러 타워 5호기가 붕괴해 당시 현장에 있던 작업자 9명 중 7명이 매몰돼 모두 숨졌다. 2명은 매몰 직전 자력으로 탈출했으나 중경상을 입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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