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심의 주역] 천산둔...침묵 경청 물러남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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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커 J. 파머 지음. '온전한 삶으로의 여행' 파커 J. 파머 지음. '온전한 삶으로의 여행'

올해도 두 달 정도 남았습니다.

시중에는 2026년 트렌드 분석서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내년 달력이 팔리기 시작합니다.

남은 두 달에 내년을 위한 계획을 하거나, 한 해를 잘 마무리 짓는 과제를 하게 됩니다.

저는 ‘마음비추기 리트릿’이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미국 사회 철학자 파커 J. 파머의 ‘온전한 삶으로의 여행’이라는 책에 나오는 내용을 연습합니다.

침묵과 경청을 훈련하고 물러서는 마음을 배우는 공부입니다.

인생의 어느 단계에서는 나아가는 마음을 배우지만 어느 시간이 되면 물러서는 마음을 익히는 것이 중요해집니다.

먼저 말하기보다는 잘 듣고 내 안에서 정말 필요한 말이 올라오기까지는 기다리는 것이 지혜입니다.

마음비추기 리트릿에서는 하나의 주제를 두고 1시간 동안 참여한 20여 명의 사람들이 1, 2분 정도 가볍게 생각을 나눕니다.

무엇보다 자기 안에서 자연스럽게 올라오는 이야기가 아니면 말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한 사람의 이야기에서 그다음 이야기가 나오기까지 3, 4분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말과 말 사이에 주어지는 3, 4분의 시간,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이 침묵이 너무 무거워서 허기를 느낄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조금씩 익숙해질수록 말과 말 사이의 침묵을 견딜 수 있고, 무엇보다 그 시간을 음미하게 됩니다.

주역 33번째 괘인 둔괘(遯卦)는 물러서는 사람들 견디고 침묵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도 아직 힘이 남아 있어서 물러서는 것이 쉽지 않지만 물러섬은 단순한 후퇴가 아닙니다. 물러섬은 자기를 보호하는 일이기도 하고, 실력을 키우기 위한 과정이기도 하고,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시간의 여유이기도 합니다.

둔괘 4효의 호둔(好遯)은 물러남을 통해 정말 자기가 원하는 세계를 향하는 사람의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물러남, 침묵, 경청은 이제 시작하는 겨울을 견디고 새해를 맞이하는 깊은 마음입니다.


33. 遯 亨 小利貞.

둔 형 소리정


지금은 물러서는 게 유리하다.


彖曰 遯亨 遯而亨也. 剛當位而應 與時行也. 小利貞 (柔)浸而長也. 遯之時義 大矣哉.

단왈 둔형 둔이형야. 강당위이응 여시행야. 소리정 (유)침이장야. 둔지시의 대의재.


나는 지금 있어야 할 자리에 머무르고 있다. 적절한 때가 오면 움직일 것이다.

물러서는 것이 나은 이유는 아래에서부터 음·유·소인(陰·柔·小人)이 조금씩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물러서고 머물러야 할 때를 안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象曰 天下有山 遯 君子以 遠小人 不惡而嚴.

상왈 천하유산 둔 군자이 원소인 불오이엄.


산이 하늘을 치고 올라와도 하늘은 산보다 높다.

소인을 멀리하고 미워하지 않겠다. 그가 그런 삶을 사는 이유가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



4. 九四 好遯 君子吉 小人否.

구사 호둔 군자길 소인비

象曰 君子 好遯 小人 否也.

상왈 군자 호둔 소인 비야.


나는 기쁘게 물러난다. 소인은 이렇게 할 수 없다.


빛살 김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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