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SK 최재원 수석부회장 차남, 관계사 ‘리벨리온’ 합류

송상현 기자 songs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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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대 출신 동근 씨, AI 반도체 기업행
기업가치 2조 엔비디아 맞선 스타트업
SKT 지분 25% 보유했지만 삼성과도 협력
경영 수업 가능성, 개인 커리어 행보 우세
SK 3세들, 그룹 밖에서 독자 행보 이어가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이 31일 경북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이 31일 경북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SK그룹 최재원 수석부회장의 차남인 동근(26) 씨가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에 엔지니어로 합류했다. 리벨리온은 SK텔레콤이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으나, 삼성과의 협력을 확대하는 등 SK그룹과는 독립적인 행보를 이어가는 기업이다. 재계에서는 이번 행보를 두고 오너 일가 차원의 ‘경영 수업’보다는 개인의 커리어 선택에 초점이 맞춰진 결정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6일 재계에 따르면 동근 씨는 지난달부터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리벨리온에서 엔지니어로 근무를 시작했다.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최태원 회장의 동생으로, 동근 씨는 최 회장의 조카다.

2020년 설립된 리벨리온은 AI 학습과 추론이 모두 가능한 엔비디아 GPU와 달리, 추론에 특화된 신경망처리장치(NPU)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전력 효율성과 비용 측면에서 강점을 인정받으며 설립 5년 만에 삼성·SK·KT·카카오·아람코 등으로부터 총 64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현재 기업가치는 약 2조 원대로 평가된다.

동근 씨는 미국 아이비리그 명문 브라운대 응용수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컴퓨터공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국내 교육 기업에서 데이터 애널리스트로 근무하며 전공을 살린 커리어를 이어왔다.

리벨리온은 SK텔레콤이 단일 주주로서 가장 많은 지분(25.9%)을 보유하고 있어, 일각에서는 이번 행보를 ‘경영 수업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다만 합병 당시 SK그룹이 리벨리온 창업팀의 최대 주주 지위를 유지하도록 조율하는 등 전략적 투자자 역할에 집중했던 만큼, 오너가 차원에서의 인위적 배치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합병 이후에도 리벨리온은 SK그룹 지원보다는 외부 조달에 집중해 지난 9월엔 삼성증권, 삼성벤처투자 등으로부터 3400억 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리벨리온은 현재 사업 면에서도 삼성과 더 밀접한 관계를 맺는 등 SK로부터 경영 자율성을 보장받는 모습이다. 자사 제품에 삼성전자의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탑재하고, 양산도 삼성 파운드리에서 진행하고 있다. 다만 동근 씨의 합류를 두고 SK그룹 차원의 리벨리온 영향력 확대나 경영진 견제와 연관 짓는 시각도 있다.

SK 오너가 3세 대부분은 그룹 내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동근 씨의 형 성근 씨는 SK이노베이션 E&S 북미 투자법인 패스키(Passkey)를 떠나 하버드대 MBA에 진학했으며, 최태원 회장의 장남과 차녀 역시 그룹을 벗어나 각각 독자적인 경력을 쌓고 있다. 현재 SK그룹 내에서 근무 중인 3세는 최 회장의 장녀인 SK바이오팜 최윤정 사업개발본부장 1명뿐이다.

재계 관계자는 “동근 씨는 자신의 전문성을 중심으로 커리어를 쌓는 모습”이라며 “SK그룹도 3세에게 경영 참여를 강제하기보다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송상현 기자 songs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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