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속으로] “다시 공연하길 잘한 것 같아요!”
■국악극 ‘춤바람 분데이’
더욱 탄탄해진 내용과 안무로
시즌2 객석점유율 95% 기록
국립부산국악원 국악극 ‘춤바람 분데이’ 공연 장면. 국립부산국악원 제공
-10월 31일~11월 2일 국립부산국악원 연악당에서 열린 국악극 ‘춤바람 분데이’ 공연 중에서(국립부산국악원 제공)
뮤지컬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한 장면이 아니다. 국립부산국악원이 2년 만에 ‘2025 우수 레퍼토리’로 재연한 ‘춤바람 분데이’ 5장 ‘춤이라는 목숨 줄’에 등장하는 ‘갓 학춤’ 장면이다. 극 중 비명횡사한 ‘동래학춤’ 명인 김정만(국립부산국악원 성악단 정윤현 소리꾼)이 ‘동래학춤’의 명맥을 이어 줄 춤꾼을 찾아 나서는 과정에 만난 시싯골 고개 뒷밀이(국립부산국악원 무용단 박세준 춤꾼·사진 한가운데)가 물속에서 죽음의 그림자들과 함께 추는 춤이다. 시즌1보다 강렬해졌다. 죽음의 그림자는 마치 케데헌의 사자보이즈 같았고, 정만의 도움으로 물속에서 빠져나온 뒷밀이는 마침내 이 봄이라는 이름으로 학춤의 명맥을 이어 나가게 된다.
2년 전 초연 때보다는 작품 내용이 확실히 탄탄해졌다. 시싯골 뒷밀이가 춤꾼 이 봄으로 거듭나는 과정에 개연성이 커졌고, 조각조각 드러나던 ‘동래학춤’ 춤사위가 마침내 하나로 합체되는 과정이 조금 더 분명해졌다. 춤과 음악도 한결 정리된 듯했다. 재연이 가지는 미덕일 것이다.
극장을 나서는 관객 반응도 괜찮았다. “‘전통 뮤지컬’ 한 편을 본 것 같아요!” “다시 봐도 재밌어요.” 이정엽 부산국악원장도 “다시 공연하길 잘했다”는 말로 소감을 대신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슴 뭉클했던 건, 동래학춤 예능 보유자 김태형(상쇠) 선생의 말이다. “40년 묵은 체증이 다 내려가는 것 같아요. 그래도 우리를 알아주는 사람들이 있구나 싶어서요. 공연 보는 내내 유금선(동래학춤 구음 예능 보유자, 1931~2014) 선생님도 생각나고, 저절로 눈물이 났어요. 국악원에 계신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사흘 동안 총 5회 공연을 다녀간 관람객은 2006명(유료 관객 79%)으로 객석점유율도 95%를 기록했다. 부산의 삶과 역사, 그리고 춤의 에너지를 담은 ‘춤바람 분데이’는 이렇게 시즌2를 마무리했다.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