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APEC 고비 넘긴 실용 외교, 국익 극대화로 이어져야
한미·한중·한일 관계 틀 잡았을 뿐
디테일한 노력은 이제부터가 시작
이재명 대통령이 1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과 기념촬영 후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민국이 의장국으로 지난달 31일부터 경주에서 치른 APEC 정상회의가 지난 1일 ‘APEC 정상 경주 선언’ 채택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2005년 부산 개최 이후 20년 만에 다시 국내에서 열린 대표적 다자 외교 무대인 APEC 정상회의를 무탈하게 성공적으로 끝냈다는 점은 일단 후한 점수를 받아 마땅하다. 국내적으로는 실용적 다자 외교를 치러낸 것으로 평가받는 이재명 대통령이 어렵사리 국정 운영 동력을 얻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국제적으로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 2기를 맞아 불확실성 속에 요동치던 국제 정세 속에서 국익과 직결되는 사안들의 해결 실마리를 찾았다는 점을 성과로 꼽을 수도 있겠다.
APEC 정상회의 직전 열린 한미 정상회담이 8월 이후 오리무중이었던 미국 관세 문제가 어느 정도 정리된 자리였다면 지난 1일 열린 한중 정상회담은 대중국 관계 전면 복원의 길을 찾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중 양국은 관계 전면 복원에 합의하고 한화 70조 원 규모의 원-위안 통화 스와프 계약 체결을 필두로 실생활 관련 7개 경제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협력에 방점을 찍었다. 사드 설치 문제로 빚어진 한한령 등을 완화해 문화 교류와 관광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논의할 실무협의도 확대하기로 했다. 북한과 한국이 대화를 재개하기 위해 원칙적으로 한중 양국의 전략적 소통 강화 필요성에 공감하기도 했다.
APEC 정상회의 기간 내에 일본 안에서 ‘강경 보수’로 분류되는 다카이치 총리와 가진 한일 정상회담도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방일 때 강조한 셔틀외교를 정례화하기로 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가 있었다. 양국 관계에서 항상 걸림돌이 돼 온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도 직시하되 미래지향적 협력을 계속해 나가자는 원칙을 재확인한 점도 성과로 꼽힌다. 과학기술 협력위원회를 16년 만에 재개하기로 하는 등 실질적인 협력 강화 기대감도 한껏 끌어올렸다. 한미일 동맹을 중심으로 동북아 균형을 맞춰나가야 하는 냉정한 현실 속에서 한일 간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는 방향으로 실용적 외교를 진전시켰다는 평가다.
이 같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이번 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만끽하기엔 아직 섣부르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미국과 타결했다는 관세 협상은 벌써부터 양국 주장이 곳곳에서 어긋나고 있다. 정확한 문구 확정을 통해 마지막까지 디테일을 점검해야 한다. 중국과도 서해안 구조물 등 첨예한 사안은 논의조차 못 했으며 핵추진잠수함 문제로 시진핑 주석이 불쾌감을 내비친 데서 보듯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일본 다카이치 총리도 자국 내 지지 기반을 의식해 언제 다시 강경 행보로 돌아설지 모른다. 이번 APEC 정상회의는 실용 외교의 틀만 잡았을 뿐이다. 외줄 타듯 국익의 극대점을 찾는 노력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