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회동 무산됐지만…정부, 내년 4월 성사 목표로 적극적 ‘선제조치’ 예고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이 대통령 지난 1일 자청한 발언에서 “적극적 대북 선제조치”
북미 대화가 남북관계 개선 핵심, 시진핑과도 관련 대화
4월 트럼프 방중까지 ‘9·19 합의’ 복원, 연합훈련 조정 등 예상

이재명 대통령이 1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훈식 비서실장, 이 대통령, 조현 외교장관.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훈식 비서실장, 이 대통령, 조현 외교장관. 연합뉴스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성사 가능성이 제기됐던 북미 정상 회동이 끝내 무산됐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더 적극적인 대북 선제 조치를 언급하고 나서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일 APEC 정상회의 2차 세션을 마친 뒤 별도 발언을 자청해 정부는 남북 긴장 완화와 신뢰 회복을 위한 조치를 선제적으로 취해왔다면서 “앞으로도 평화를 위한 대승적이고 더욱 적극적인 선제적 조치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부 출범 이후 대북 확성기 방송과 라디오 방송을 중단 등에 이어 추가적인 유화 조치를 예고한 것이다.

이 대통령의 추가적 조치는 결국 북미 대화를 촉진하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두 번째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대북 대화 의지를 높이 평가하면서 ‘피스 메이커’인 트럼프 대통령의 ‘페이스 메이커’로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언급했다. 북미 관계 개선이야말로 남북 관계 개선의 전제 조건이라는 것이 이 대통령의 확고한 생각이다. 이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1일 회담에서도 “북미 대화가 제일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번 방한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동이 무산된 데 대해 거듭 아쉬움을 피력하면서 김 위원장을 만나기 위해 다시 한국을 찾겠다고 할 정도로 북미 관계 개선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에 정부는 이제 내년 4월로 예고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 북미 대화의 계기가 되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다방면의 노력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때까지 북미 간 유의미한 소통이 이뤄진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방북 또는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으로 북미 정상 간 회동이나 정식 회담이 성사될 공산이 작지 않다.

정북 우선적으로 검토할 조치로는 접경지역 군사훈련 중단 등 9·19 남북 군사합의의 선제적 복원과 함께·한미 연합군사훈련과 전략자산 전개 조정이 거론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8년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2017년 말 한미 연합훈련 연기안을 제시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며 대화 국면이 전개된 바 있다. 이재명 정부도 지난 8월 시행된 ‘을지 자유의 방패’ 한미 연합훈련에서 야외 기동훈련 일부를 연기했는데, 내년 봄 연합훈련 때는 더욱 과감한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외교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북미 대화 의지를 감안할 때 우리 측의 선제 조치에 대해 미 측의 수용 가능성이 상당히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