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금아의 그림책방] 소원을 말해 봐
안녕달 작가 <쓰레기통 요정>의 한 장면. 책읽는곰 제공
지니가 말한다. “당신의 소원은 무엇인가요?”
이선미 작가의 <진짜 내 소원>(글로연)은 나를 행복하게 하는 소원에 관해 이야기한다. 램프의 요정 지니를 만난 주인공은 신나서 소원을 말한다. 1번은 ‘공부를 잘하는 것’, 2번은 ‘돈을 많이 버는 것’이다. 이것이 정말 아이가 원하는 소원이었을까? 실제로 두 개의 소원이 이뤄진 뒤 행복해진 사람은 아이의 부모였다. 지니가 묻는다. “진짜 네 소원이 뭔지 잘 생각해 봐.” ‘내 소원’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을 알 필요가 있다.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무엇을 할 때 즐거운지 등 나를 알아야 내가 원하는 소원을 제대로 말할 수 있다.
전금자 작가의 <사소한 소원만 들어주는 두꺼비>(비룡소)는 소원의 경중을 질문한다. 주인공 훈이는 학교 가는 길에 두꺼비를 구해준다. 두꺼비는 보답으로 소원 한 가지를 들어주겠다고 한다. 중요한 소원을 들어줄 힘은 없으니 꼭 ‘사소한 소원’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달린다. 훈이가 소원을 빌 때마다 두꺼비는 '나름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거절한다. 결국 두꺼비가 들어준 소원은 지우개 하나 구해주기에 그친다. 그런데 이 지우개로 인해 훈이가 제일 처음 바랐던 소원 성취로 가는 길이 열린다. 어떤 사소한 소원이라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안녕달 작가의 <쓰레기통 요정>(책읽는곰)에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소원 요정이 등장한다. 골목 쓰레기통에서 태어난 요정은 사람을 볼 때마다 “소원을 들어드려요”를 외친다. 대부분 사람은 쓰레기통 속 요정을 보고 기겁하거나 무시한다. 그래도 쓰레기통 요정은 포기하지 않는다. 자신의 도움으로 소중한 물건을 되찾은 아이의 웃음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쓰레기통 요정은 폐지 줍는 할아버지를 만나고, 할아버지의 소원을 위해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내놓는다. 그 모습을 보며 ‘소원을 이뤄주는 존재’에 대해 다시 생각한다.
지니·두꺼비·쓰레기통 요정 모두 인간의 소원을 위해 각자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한다. 그들의 노력을 생각한다면 소원이 무엇인지 묻는 말에 쉬이 답하기 어렵다. 현실 속에 소원을 이뤄줄 지니는 없지만, 내가 진짜 원하는 소원을 생각해 보자. 그러면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과 그것을 위해 나아갈 길을 안내할 램프에 ‘반짝’ 불이 들어오지 않을까?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