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든, 사람이든… 만물은 대지에서 다음 순환을 기다린다
정금희 ‘화락이토 花落以土’ 사진전
11월 15일까지 사하구 부산갤러리
사진집 출간 맞춰 새롭게 여는 전시
정금희, 2012 간쑤성. 부산갤러리 제공
사진가 정금희(57)가 13년간의 기록과 사유를 담은 사진집 <화락이토 花落以土> 출간에 맞춰 지난 1일부터 부산갤러리에서 기념 전시를 열고 있다. 2018년 부산 프랑스문화원 ART SPACE에서 열었던 같은 제목의 전시에서 선보였던 작품에다 8점을 추가해 약 30점을 선보인다. 2층 주택을 개조한 갤러리인데도 전시 벽면이 많아선지 ART SPACE 때보다 더 많은 작품을 걸었다.
정금희, 2015 칭하이성. 부산갤러리 제공
정금희, 2018 간쑤성 라브랑스(라브랑 사원). 부산갤러리 제공
사진집에는 대부분 실려 있는 사진이지만, 전시장에서 만나는 느낌은 또 다르다. 예를 들면 2015년 칭하이성 눈밭에서 찍은 보라색 꽃은 책으로 볼 때와 달리 더욱더 선명한 보랏빛으로 빛났다. 2018년 간쑤성 라브랑 사원(Labrang Monastery) 사진은 세 명의 승려가 주인공인 줄 알았는데, 척박한 황톳빛 돌산에 묻혀 잘 보이지 않던 티베트산양이 포인트란다. 여성수행자(비구니)들의 불교공동체로 유명한, 2012년 쓰촨성 야칭스 사진 역시 언덕배기에 아무렇게 던져 놓은 조화 같지만, 알고 보면 누군가를 추모하는 마음인 것이다. 어떤 공간에 존재하는 만물에는 그곳만의 환경적, 생태적 의식과 정신이 깃들어 있다는 것이 그제야 이해된다.
정금희는 이번 사진전 주제를 ‘순환’이라고 전했다. 전시 제목 ‘화락이토’의 뜻처럼, 흙이 물이 되고, 물이 불이 되고, 불이 바람이 되는 우주 순환의 이치를 말하는 기록이다. 그는 “꽃이 지면 흙으로 돌아가듯, 인간 또한 대지에 흡수되어 새로운 탄생을 기다린다는 윤회 사상을 사진으로 풀어낸 것”이라고 밝혔다.
정금희, 2018 라브랑스. 부산갤러리 제공
정금희는 티베트와 신장, 쓰촨, 간쑤, 칭하이 등지에서 오체투지 순례자와 승려, 아낙네와 아이들, 그리고 그들이 살아가는 대지와 자연을 카메라에 담아 왔다. 그동안 열여섯 차례나 다녀왔다. 역사(驛舍) 기록 시리즈도 계속 진행 중이다. 그는 홍익대 대학원 디자인공예학과 사진학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최근에는 부산국제사진제 큐레이터로 활동했다. 전시는 15일까지 부산 사하구 부산갤러리(낙동대로 82-7). 관람 시간 오전 11시~오후 7시(월요일 휴무).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