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누가 ‘발광체’가 될 것인가
                    최세헌 편집국 부국장
내년 차기 부산시장에 뜨거운 관심 
전재수·박형준 양자 대결 가능성 높아
현직 프리미엄에도 뚜렷한 성과 없어
전 장관, 실행력·자신의 콘텐츠 보여야
박 시장, 미래 비전·강한 추진력 필요
                
			연말이 다가오면서 내년 6월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특히 최대 격전지로 예상되는 부산의 차기 시장으로 누가 될 것인가는 정치 고관여자에게 뜨거운 관심사다.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가장 크게 공을 들이는 곳이 부산과 서울이다. 우리나라 제1, 제2의 도시라는 상징성은 물론 재탈환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 입장에서도 반드시 사수해야 할 곳이 부산과 서울로 꼽힌다. 사실상 이 지역의 결과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성패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산시장 선거에서는 벌써부터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과 박형준 부산시장의 양자 대결이라는 말들이 나온다. 최근에 나온 여론조사에서 전 장관과 박 시장이 각 당의 다른 후보들에 비해 지지율 격차가 비교적 컸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 많은 시간이 남은 만큼 얼마든지 후보가 뒤바뀔 가능성이 있지만 ‘밴드웨건’ 효과로 인해 고착화될 확률도 높다.
아직 대진표가 나오지 않은 서울에 비하면, 어쨌든 현시점 가장 유력한 양 후보로 인해 부산은 이른 대진표가 짜인 모양새다. 갈수록 경쟁은 뜨거워질 전망이다. 현직 장관과 시장이라는 신분 때문에 정치적 발언을 편하게 못 할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현직 프리미엄을 누리며 정책상의 추진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 장관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HMM 본사 부산 이전과 해수부 산하 공공기관의 부산 이전 로드맵을 연내에 제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고, 박 시장은 자신이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하면서 사업의 필요성을 설득한 BuTX(부산형 급행철도)가 KDI 민자적격성 조사를 통과하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이들 양 후보에게는 넘어야 할 산들이 더 많다. 현직이기 때문에 미디어 노출이 잦아 인지도를 높였다는 것 이외엔 뚜렷한 장점과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따르고 있다.
우선 전 장관이 박 시장과 박빙인 지지율을 보이는 것은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도에 기인한다. 특히 이 대통령의 선거 공약이었던 해수부 부산 이전의 파급 효과는 상당히 크다. 해수부 이전은 행정 수도인 세종을 열외로 하고 정부 중앙 부처의 첫 지역 이전임과 동시에 부산이 명실상부한 ‘해양 수도’로 거듭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겼다.
즉, 엄밀히 말해 이 대통령의 결단과 이번 정권에서 미는 후보가 전 장관이라는 후광 효과가 더 강하다. 부산 유일한 민주당 국회의원, 3선 중진이라는 타이틀에도 불구하고 임팩트 있는 자신만의 콘텐츠를 아직까지 확인할 수는 없다. 본격적인 선거전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장관이라는 직책 때문에 더욱 말을 아낄 것이 분명해 검증의 시간과 기회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전 장관에게 남은 과제는 짧을 수 있는 해수부 장관이라는 임기 동안 최대의 성과를 보이는 것이다. 목표가 정해진 HMM과 해수부 산하 공공기관의 부산 이전을 얼마나 갈등과 마찰 없이 순조롭게 이뤄내느냐, 그리고 중앙 부처 가운데 가장 힘이 미약한 해수부의 기능 강화, 복수 차관제 등 지역의 열망을 어떻게 얼마나 담아내느냐다.
이에 반해 박 시장은 현직 시장이라는 인지도와 보수세가 우세한 부산에서 민주당 후보에게 밀리고 있다는 현실은 뼈아프다. 그에게 꼬리표처럼 붙어 다니는 ‘한 게 없다’라는 부정적인 인식은 중도 확장성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가덕신공항 공기 지연,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제정 불확실, 산업은행 본사 부산 유치 실패 등 굵직굵직한 부산 현안들은 방향성을 잃은 채 후퇴하고 있다. 최근 8년간 교착 상태였던 침례병원 공공병원화 문제로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과 담판을 벌였지만 뒤늦은 감이 있다. 앞서 윤석열 정권 때 진즉에 해결해야 했을 현안을 정권이 바뀐 뒤 이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라며 해결해 달라는 것은 궁색하다.
박 시장에게 남은 시간은 ‘일 잘하는 시장’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다. 해결하지 못한 많은 현안 가운데 선택과 집중을 통해 일부라도 마무리해야 한다. 현직이어서 검증이 끝났다면, 이를 상쇄시킬 수 있는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담보할 수 있는 강한 추진력을 강조해야 한다.
민주당과 국힘 양당의 지지도가 부산에서 박빙을 보이는 만큼 양 후보의 경쟁은 향후 더 치열할 전망이다.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 이들 후보는 ‘양당 구도’에서 비롯되는 ‘반사체’에 가까운 모습이다. 개인의 능력으로 양당 구도를 뛰어넘는 ‘발광체’로는 아직 미흡하다. 정쟁보다는 현직 프리미엄을 가지고 각자의 영역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도의 합리적이고 효용성 있는 정책 경쟁을 어떻게 펼치느냐가 관건이다.
누가 먼저 자신의 능력을 보여줄 것인가.
최세헌 기자 corni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