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자율운항선박과 해양수도권, 한국의 새 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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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석 한국해양교통공단 이사장
2030년 AI 자율운항 기술 개발 완료
해운항만 산업 변화해야 상용화 이행
'자율운항선박 통합 지원센터' 필요
해수부·대학·기관 집적 부산 최적지

몇 주 전, 삼성중공업은 독자 개발한 AI 자율운항시스템을 탑재한 선박이 태평양 횡단에 성공하였다고 발표한 바 있다. 삼성중공업뿐만 아니라 HD현대, 한화오션 등 대형 조선사를 중심으로 자율운항선박(MASS : Maritime Autonomous Surface Ship)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한 연구개발과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

자율운항선박은 기존 선박에 정보통신, 센서, 인공지능 등 스마트 기술을 융합해 시스템이 선박을 제어하고 사람의 간섭이 없거나 최소화하여 운항이 가능하도록 한 선박을 말한다. 이미 자동차의 경우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등 운전자의 개입이 없는 ‘레벨4’ 수준의 기술이 개발되어 상용화를 앞둔 상황이다.

같은 운송 수단으로서 자율운항선박과 자동차에서 사용하는 핵심 기술은 비슷하다 할 수 있고,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 등 윤리적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반면, 압도적 스케일 차이로 자율운항선박이 해결해야 할 문제의 난이도는 훨씬 높다. 대양을 항해하는 선박의 경우 적게는 십여 명 많게는 수십 명의 선원이 승선하고 대형 사고 발생 시 천문학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러한 문제의식하에 자율운항선박에 대한 국제적 룰을 만들기 위한 논의는 오래 전부터 시작되었다. 2017년, 새로운 규정(MASS Code) 개발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IMO(국제해사기구)에서 시작되어 내년 5월까지 비강제 코드의 채택을 목표로 회원국 간 열띤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비강제 코드의 채택 이후 일정 기간 경험 축적기를 가진 후 2030년경 강제 코드가 채택되고, 2032년 발효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부도 자율운항선박 상용화를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해수부와 산자부 공동으로 자율운항선박 상용화를 위한 1단계 연구 개발 사업을 올해까지 완료할 예정이고 ‘자율운항선박 개발 및 상용화 촉진에 관한 법률’이 올해부터 시행 중이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지난 1일 개최된 ‘AI 대전환 릴레이 간담회’에서 2030년까지 완전 자율운항선박 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이를 위한 ‘K-자율운항선박 얼라이언스’를 구성할 계획임을 밝힌 바 있다.

필자의 기우(杞憂)일까? 기술 개발 속도나 국제적 논의 흐름에 비하여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 혁신은 뒤처진 감이 없지 않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자율운항선박이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인력 양성부터 선박관제, 항만운영시스템 등 해운항만 산업의 근본적인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자율운항선박 기술 개발도 해운항만과 조선산업에 대한 높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 통섭(統攝)적 인재가 필요하다.

연말까지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이 예정되어 있다. 단순한 1개 중앙 부처의 지방 이전이 아니라, 해양수산 유관 기관과 기업의 집적화를 통해 ‘해양수도권’ 건설이라는 새로운 국가 경쟁력의 원천을 발굴하기 위한 시도로 이해한다. 북극항로 개발 등 여러 이슈가 있지만, 자율운항선박 이슈야말로 해양수산 유관 기관의 집적화로 인한 시너지 효과를 가장 크게 기대할 수 있는 분야이다. 한국해양대, 부경대 등 전통적 해양수산 인력 양성 기관은 물론, KMI, KIOST 등 기존 연구 기관까지 더해져 정책의 수립, 집행 및 실증이 원스톱으로 이루어지는 환경이야말로 자율운항선박 상용화라는 복잡한 과제 이행을 위한 최적의 환경이라 볼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가칭 ‘자율운항선박 통합 지원센터’ 구축과 운영을 제안하고자 한다. 동 센터에서는 자율운항선박 및 기자재 안정성 검증은 물론 기존 음성 통신에 기반한 관제 시스템을 넘어선 스마트 해양교통플랫폼 구축, IMO 등 국제기구의 관련 논의 대응과 국내 법제도 개편 등이 주요 기능이 될 것이다. 결은 다르지만 자동차의 경우, 한국교통안전공단(TS)에서 자율협력주행 인증관리센터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KOMSA)은 IMO의 MASS Code 대응 간사 기관이자 자율운항선박법상 운항 해역 및 운항 승인, 선박 및 기자재 안전성 평가 등을 대행하고 있다. 새 정부의 핵심 과제로서 ‘해양수도권’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지금, 공단도 그 사명을 다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단순히 새로운 기술이 접목되는 선박 개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해양수산인력 양성 및 해양안전관리 체제의 근본적 변혁이 불가피한 자율운항선박 시대에 대비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핵심적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부산 시민과 해양수산업계의 높은 관심과 지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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