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뒤늦은 수사단 日 파견… 폭탄 협박범 추적 '의문 부호’
출장단 10~12일 일 경찰청 파견
경찰, 협의 사항은 미공개 입장
“공조 수사 한계” 실효성 지적도
국제 사법 공조 구축 필요성 강조
최근 부산을 비롯해 전국에 무차별적으로 발생한 ‘일본 변호사 사칭 폭탄테러 협박 사건’(부산일보 9월 9일 자 2면 등 보도)에 대해 경찰청이 뒤늦게 일본경찰청에 수사공조단을 파견했으나 실효성에는 의문 부호가 달린다. 여러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폭탄 테러 협박이 퍼지고 있는 만큼 일시적인 공조가 아닌 국제 사법 공조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7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청 사이버수사심의관(경무관)과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등 총 5명의 전담 출장단을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사흘간 일본 경찰청에 파견했다. 출장단은 일본발 폭탄 테러 사건 공조를 위해 일본경찰청과 두 차례 회의를 가졌다. 부산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일본명 ‘가라사와 다카히로’ 명의로 다중시설에 폭탄 테러 협박이 접수됐고 이는 사칭 신고로 확인됐다.
앞서 지난 9일 부산 8개 중학교에 폭탄 테러를 알리는 팩스가 도착했다. 팩스에는 일본어로 ‘카시오 폭탄을 사용’ ‘휘발유를 이용한 대량 살인’ 등의 내용이 담겼다.
경찰청은 협의 사항을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인데, 이번 출장에서는 신속한 공조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양측 수사 당국이 공조를 통해 범인의 인터넷 접속 경로(IP)나 팩스 통신망을 추적이 현실적인 수사 방법으로 거론되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오전 경찰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차장)은 “양쪽이 신속한 공조를 확인하고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협의를 통한 수사 성과를 두고는 경찰 안팎에서 회의적인 반응이 많다. 일본 내에서도 일종의 ‘밈(meme)’처럼 폭탄 테러 협박이 퍼지고 있고, 필리핀과 대만 등 다른 나라에도 가라사와 변호사 사칭 폭탄 테러 협박이 퍼지고 있어 일본이 우리나라를 우선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번 사안에 대한 양국 간 입장과 이해관계와 더불어 외교적 변수까지 얽혀 단순 공조 수사에는 한계가 역력한 것이 사실이다.
범인 찾기가 난항에 빠진 사이 일선에서는 경찰력 낭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분주하다. 일본발 폭탄 테러 신고에 대해서는 ‘저위험’이라 판단하고 30~40명 규모의 초동팀 위주로 현장에 출동하는 방식이다. 폭탄 처리 능력을 갖춘 특공대를 곧바로 보내지 않고, 초동팀이 우선 현장을 확인해 경찰력을 보존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7월과 지난달 7일 “부산의 한 병원에 폭탄을 설치했다”, “하단 수영장에 폭탄을 설치했다”는 신고가 각각 접수됐을 때는 특공대가 출동해 폭발물을 수색했다. 그러나 지난 8일 부산 전역 중학교에 일본발 폭탄 테러 신고가 접수됐을 때는 지역 경찰서에서 보낸 초동팀이 현장을 통제했다.
경찰 관계자는 “각 지역 서장이 초동대응팀장으로 정해져 위험 수위를 판단한다”며 “일본발 폭탄 테러 신고에 대해서는 저위험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국경을 넘나드는 범죄가 증가할수록 국제 사법 공조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동국대 경찰학과 이윤호 명예교수는 “유럽의 유로폴은 국경을 가리지 않고 범죄에 대해 공동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외교적인 노력이 수반돼 강제 조항이 있는 국제 사법 공조 체계 구축을 논의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