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 전면 파업 실마리 풀리나
전면 파업 진통 끝 2차 합의안 도출
19일 조합원 찬반투표로 가부 결정
고공 농성 중이던 지부장 병원 이송
파업 사태로 극심한 갈등을 겪던 HD현대중공업 노사가 17일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을 다시 마련해 최종 타결에 이를지 주목된다. 지난 7월 1차 잠정 합의안이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된 지 57일 만이다. 이날 합의안 도출 직후 백호선 노조지부장은 8일간 이어온 크레인 고공 농성을 해제했다.
HD현대중공업 노사는 이날 교섭을 통해 월 기본급 13만 5000원(호봉 승급분 포함) 인상을 비롯해 격려금 640만 원, 특별금(약정임금 100%) 지급 등을 골자로 한 2차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는 1차 합의안보다 기본급이 2000원, 격려금은 120만 원 인상된 액수다.
특히, 쟁점이던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와의 합병과 관련해 고용안정 협약을 체결하는 내용이 합의안에 포함됐다. 애초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기본급 14만 1300원 인상, 정년 연장, 성과급 산출 기준 변경 등을 요구해 왔다.
사측은 이번 잠정 합의안에 대해 “역대 최고 제시안이자 동종사 대비 최고 수준”이라며 “기본급 인상과 격려금·성과금 등을 모두 합하면 조합원 1인당 2830만 원의 임금 인상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측은 “최근 조선업 회복 국면에서 한미 조선 협력 사업인 ‘마스가’ 프로젝트와 HD현대미포와의 합병 등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동력을 확보해 나가자는 의미를 담았다”고 덧붙였다.
앞서 노사는 지난 5월 20일 임단협 상견례를 시작으로 20여 차례 교섭을 벌였으나 접점을 찾지 못했다. 지난 7월 18일에는 첫 합의안이 조합원 투표에서 63.8% 반대로 부결되기도 했다.
이후 노사가 교섭을 이어갔으나 추가 임금 인상 규모와 방식 등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난항을 거듭했다. 그 사이 HD현대중과 HD현대미포의 합병 후 예상되는 직무 전환, 싱가포르 법인 설립 시 이익 배분 등의 쟁점이 겹치며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
이 과정에서 백 지부장이 지난 10일 40m 높이의 턴오버 크레인에 올라 고공 농성을 시작했다. 노조도 11일부터 전면 파업으로 투쟁 수위를 높여 회사를 강하게 압박했다. 노조는 “회사 측이 전향적인 협상안을 제시할 때까지 전면 파업을 이어가겠다”며 총력 투쟁을 예고하기도 했다. 파업에 더해 핵심 설비인 크레인 가동까지 멈추면서 지난 주말 현장에서는 공정 지체로 예정됐던 주말 특근이 취소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노사는 실무협의와 교섭을 이어갔고, 이날 이례적으로 이른 오전부터 교섭을 열어 2차 잠정합의를 끌어냈다. 백 지부장은 잠정 합의 후 크레인에서 내려와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노조는 오는 19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이날 합의안이 가결되면 올해 임금협상은 최종 마무리된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노사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두 번째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다”며 “동종사 최고 수준의 이번 합의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지역사회 발전을 이끄는 원동력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