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부산의 미래, 베트남과 협력으로 만들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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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재 영산대 교수·베트남연구소장

베트남 국경일 80주년을 기념하는 리셉션이 지난 2일 오후 부산 롯데호텔에서 열렸다. 이 행사는 주부산베트남총영사관이 주최했으며, 동시에 총영사관 출범을 축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베트남 국경일 80주년을 기념하는 리셉션이 지난 2일 오후 부산 롯데호텔에서 열렸다. 이 행사는 주부산베트남총영사관이 주최했으며, 동시에 총영사관 출범을 축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김종진 기자 kjj1761@

한-베 관계는 1975년 남베트남의 패망으로 국교가 단절된 후 30년 가까이 미수교 적성국(敵性國) 관계를 유지하다가 1992년에 비로소 정상화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국교 정상화 당시 베트남은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세계 최빈국 중 하나로 빈곤 탈출을 위해 도이머이 개방정책을 막 추진하던 때였고, 한국은 서울 올림픽 직후 사회 전반에 개방 풍조가 생기고, 국민소득이 높아지던 때였다.

‘한강의 기적’을 배워 ‘빈곤 탈출’을 이루려던 베트남과 ‘제조·수출 전진기지’를 구축해 ‘선진국 도약’을 꿈꾸던 한국의 상호 협력은 윈-윈(Win-Win)의 성과를 거뒀다. 베트남이 최빈국 대열에서 벗어나 개발도상국으로 발돋움하고, 한국은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는 데에 크게 기여했기 때문이다. 양국이 상생을 위해 손잡고 동행한 30여 년의 세월 속에서 베트남은 한국의 제3위 교역국, 한국은 베트남의 최대 투자국으로서 경제적 운명 공동체가 됐고, 10만 한-베 다문화 가정을 가진 사돈 국가도 됐다. 이제 양국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주부산베트남총영사관 운영 본격화

양국 윈-윈 위한 30년 우호 협력 결실

부산 지역 베트남 근로자·유학생 급증

1억 명 거대 소비시장 지역 기업 기회

한-베 양국 협력 증진 부산 미래 직결

이 같은 상황에서 주부산베트남총영사관이 해운대 센텀시티에 자리를 잡고 10월 초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이는 한-베 수교, 주한베트남대사관 설치, 부산시와 호찌민시 간 자매결연 체결 이후 30여 년 만에 이뤄진 외교적 성과로 그 의미가 크다. 총영사관이 관할구역인 부울경, 대구, 경북의 영남권과 제주도 내 베트남 교민 보호, 비자 발급 등의 영사업무와 정치·경제·사회 등 분야에서 외교적 역할을 수행하게 되면 부산을 포함한 관할구역 내 베트남 교민의 정주(定住)가 용이해지고, 부산과 베트남 간 인적 교류도 한층 더 활발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때마침 부산시는 올 초에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외국인 유학생 유치’라는 카드를 빼 들었다. 2028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3만 명 유치, 유학생의 이공계 비율 30% 확대, 취업·구직 비자 전환율 40% 확대 등 3가지 목표를 세워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부산베트남총영사관은 베트남에서 학생과 근로자가 부산에 와서 공부하고 일하고 정착하는 것을 지원함으로써 부산이 ‘노인과 바다의 도시’라는 오명을 벗고 ‘다이내믹 부산(Dynamic Busan)’으로 재탄생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부산에서 베트남인은 이미 전체 거주 외국인 총 6만 3000여 명 중 약 24%인 1만 5000여 명으로 가장 큰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부산 지역 거주 외국 유학생과 근로자 국적 중 베트남이 각각 1위, 2위를 차지한 사실은 ‘부산드림(Busan Dream)’을 꿈꾸는 베트남 젊은이들이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제조업, 조선업, 건설업 등 현장에서부터 골목 상권 요식업소에 이르기까지 일할 사람이 없어서 붕괴 위기에 처한 국가 경제와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외국인 근로자 가운데, 지난 30여 년간 한국의 대체 불가한 파트너로서 검증된 베트남의 젊은이야말로 최적의 대안이 아닐 수 없다.

현재 베트남의 1인당 GDP는 약 4700달러로 한국의 88 올림픽 시절 4748달러와 비슷한 수준에 이르렀다. 당시 한국 상황에 견주어 볼 때, 현재 베트남은 중산층이 증가하는 시기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현재 베트남이 저비용 생산기지를 넘어서 인구 1억 이상의 거대한 소비시장으로 성장하는 단계에 있음을 뜻하는 동시에 향후 한국의 수출 확대에 더 긍정적 환경이 조성되고 있음을 뜻한다.

베트남은 이제 2045년까지 ‘선진국 도약’을 목표로 교통 인프라 건설, 과학기술 응용, 디지털 전환, 청정에너지 분야 등에서 한국과의 협력을 원하고 있다. 30여 년 전 수교 당시 한국이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도약을 이루고자 베트남과 손잡았던 상황을 베트남이 그대로 재현하고 있는 것이다. 30여 년 후 베트남은 선진국 도약의 꿈을 이루고, 한국은 인구 감소, 지방 소멸의 위기에서 벗어나 지속적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 부산은 ‘아시아 최고의 시민행복도시’, ‘세계를 선도하는 글로벌 허브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인가? 그 해답은 한-베 양국의 협력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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