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근로자 석방 지연, 수갑 논쟁 와중 트럼프 돌발 제안 때문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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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금 근로자 316명 11일 귀국
갑작스레 예정보다 하루 밀려
이 대통령 “수갑 착용 두고 논쟁”
전문 인력 잔류 요청도 더해져

구금 한국 근로자 태울 버스 (포크스턴[미국 조지아주]=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이민단속으로 체포됐던 현대차-LG엔솔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 직원들이 탑승할 버스가 11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에 주차돼 있다. 2025.9.11 m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구금 한국 근로자 태울 버스 (포크스턴[미국 조지아주]=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이민단속으로 체포됐던 현대차-LG엔솔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 직원들이 탑승할 버스가 11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에 주차돼 있다. 2025.9.11 m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미국 이민 당국에 의해 체포·구금된 한국인 316명이 11일(현지 시간) 귀국길에 오르게 됐다. 지난 4일 미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이뤄진 미 이민 당국의 불법 체류 및 고용 전격 단속에서 체포돼 포크스턴 구금시설 등에 억류된 지 7일 만이다.

다만 이는 당초 계획보다 하루 지연된 것인데, 구금된 한국인들의 대우 문제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잔류 요청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10일 워싱턴DC 주미대사관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나 “지금 억류 상태인 우리 국민이 내일(11일)은 비행기(전세기)를 타고 귀국할 수 있고, 그런 과정에서 일체 수갑을 채우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다시 한번 (미국 측과) 확인했다”고 밝혔다.

당초 구금된 한국인들의 석방 예정 시점은 이날 새벽이었다. 이들을 태우기 위한 대한항공 전세기도 같은 날 오후 애틀랜타 공항에 도착한 상태였다. 그러던 중 예기치 못한 소식이 들려왔다. 구금 시설에서의 석방이 임박한 전날 밤, 미 당국이 이를 잠정 보류한 것이다. 이유를 묻는 말에 구금 시설 측에선 “우리도 모른다. 그런데 위에서 중단하라고 지시했다”고만 답했다.

시설 안팎에서 석방을 애타게 기다리던 사람들은 불안감에 휩싸였다. 곧이어 들려온 소식은 ‘미국 측 사정’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미국 측 사정이 과연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은 11일(한국 시간)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버스로 이동해 비행기에 탈 때까지는 미국 영토이고, 미국 영토 내에서는 체포된 상태이니 수갑을 채워서 이송하겠다고 (미국 측이) 그래서 우리는 절대 안 된다고 밀고 당기는 와중에 소지품을 돌려주다가 중단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백악관의 지시다. 자유롭게 돌아가게 해라. 그러나 가기 싫은 사람은 안 가도 된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시가 있어서 일단 중단하고 행정절차를 바꾸느라 그랬다고 한다”고 전했다.

앞서 미 이민 당국은 HL-GA 단속 현장에서 이들의 팔다리에 수갑 등 속박 도구를 채우는 장면을 공개했으며, 이는 한국 국민들의 반감을 자극했다. 미 당국이 체포·구금·이송할 때 수갑이나 케이블타이를 채우는 것은 통상적 절차지만, 한국 측은 근로자들을 버스에 태워 공항으로 이송하는 도중에는 이를 사용하지 말 것을 요구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전격 수용했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근로자들의 ‘자진 출국’을 보류하고 미국에 남아줄 수 없겠냐고 요구한 점도 석방 시점이 늦어진 원인이라는 게 외교부의 설명이다. 이날 조현 외교부 장관과 만난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이 ‘숙련된 한국 인력’이 귀국하지 말고 미국에서 계속 일하면서 현지 인력을 교육·훈련시키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전한 ‘가기 싫은 사람은 안 가도 된다’는 말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와 비슷한 취지로,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도 불법 체류자 추방을 위해 이뤄진 이번 단속이 미국에 투자한 외국 기업 근로자, 특히 숙련된 전문 인력을 내쫓는 결과로 이어진 데 대한 당혹감을 드러낸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루비오와 만난 조 장관은 “우리 국민이 대단히 놀라고 지친 상태여서 먼저 귀국했다가 다시 (미국에 돌아와서) 일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고, 루비오 장관도 이를 존중해 일단 귀국하는 쪽으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막판에 전세기 출국 일정을 하루 더 늦춰지게 만든 직접적 요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희망자 미국 잔류’ 제안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와 더불어, 공항으로의 구금자 이송 방식을 둘러싼 한미간 협상에 진통이 있었던 것 역시 큰 틀에서 보면 전세기 출발 시기에 일부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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