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해양수도 부산 25년, 미래 25년은 ‘해양AI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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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열 부산정보산업진흥원장

김태열 부산정보산업진흥원장 김태열 부산정보산업진흥원장

올해는 ‘해양수도 부산’ 선언 25주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해이다. 지난 25년간 부산시는 선언에 그치지 않고, 조선·해운·항만·물류·해양 기자재 등 해양산업 전반을 유기적으로 집적시키며, 대한민국 최고의 해양산업 중심지이자 동북아 물류의 핵심 거점으로 입지를 굳건히 다져왔다.

2024년 기준 부산항은 총 2440만TEU의 물동량을 처리하며 세계 6~7위 규모를 기록했고, 환적 물동량은 1350만TEU로 세계 2위 수준에 이른다. 이는 부산이 단순한 국내 항만 도시를 넘어, 글로벌 해양 물류 네트워크의 중심 도시로 자리매김했음을 방증한다.

또한 부산은 500여 개의 중소 선박 건조, 수리기업과 조선해양 기자재 기업이 밀집한 국내 최대 조선해양산업 집적지이다. 울산과 거제가 대형 선박 건조 중심지라면, 부산은 중소형 선박 건조와 기자재 산업, 항만 운영, 물류 서비스 등 해양 밸류 체인의 핵심 역할을 담당한다. 연구개발, 생산, 물류, 교역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부산의 산업 생태계는 ‘해양산업 복합 허브’로서의 잠재력을 입증하고 있다. 또 해수부와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등 부산 이전 공공기관들을 중심으로 산학연 해양클러스터 생태계를 조성해 해양 중심도시로서의 발전 가능성도 높아졌다.

부산은 이와함께 물류와 금융, 첨단산업, 관광을 중심으로 ‘글로벌 허브 도시’로의 도약을 주요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북항 재개발을 통해 물류와 관광의 중심지로 자리잡고, 금융특구 지정으로 글로벌 금융기관을 유치해 경제적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이제 해양산업은 새로운 전환점에 서 있다. AI를 비롯한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해양산업 전반의 구조를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스마트 조선, 자율운항 선박, 무인 항만, 빅데이터 기반 물류 최적화, AI 기반 해양 방산 기술 등은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AI 기술을 선도적으로 적용하지 못하면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정부는 ‘AI 3대 강국’을 국가 전략으로 선언하고, 산업과 공공 전반에 걸친 AI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다. 부산은 해양과 AI, 두 분야에서 모두 경쟁력을 갖춘 도시로, ‘해양AI 도시’로의 전환은 지역 전략이자 국가 전략의 교차점에 놓여있다. 더불어,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은 단순한 행정기관 이전이 아니라, 정책·산업·기술 삼중 거점이 부산으로 집결함으로써, 지역의 전략적 위상을 실질적으로 끌어올리는 분기점이 될 것이다.

부산이 나아갈 방향은 분명하다. 해양산업과 AI 기술이 융합된 ‘해양AI’ 선도도시로의 전환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 적용이나 산업 고도화에 그치지 않고 부산 경제의 구조를 혁신하고, 미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대전략이다. 특히 북극항로 확대 등 기후 및 지정학적 요인으로 해상 물류 구조가 재편되는 가운데, 부산은 AI와 해양산업 역량을 결합해 새로운 국제 물류 중심지로 부상할 수 있다.

이제는 ‘대한민국 제2의 도시 부산’이라는 서열적 위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세계 주요 도시는 도시의 순위보다 고유한 기능과 미래 비전으로 자신을 정의한다. 상하이는 ‘아시아의 글로벌 금융 허브’, 오사카는 ‘물의 수도’(Aqua Metropolis), 함부르크는 ‘세계로 가는 관문’(Gateway to the World)이라 불린다. 도시의 정체성은 위계가 아닌 기능과 방향성에서 비롯된다.

해양수도 선언 25주년을 맞은 지금, 부산은 더 이상 과거의 성과에 안주할 수 없다. 전통 산업과 혁신 기술이 만나는 이 전환의 시점에서, ‘해양AI 도시’로의 도약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은 AI·IT 산업 육성 전문기관으로서, 해양산업과 AI 기술을 연결하는 실행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나갈 것이다. 부산의 이 도전이, 곧 대한민국 해양산업의 미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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