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에서 생으로, 달라지는 참치 입맛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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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쯤 되었던 것 같다. 부산공동어시장에 ‘바다의 로또’라 불리는 참치가 무더기로 위판이 되어 장안의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수산 관계자였던 지인이 그중 한 마리를 구해 근처 식당에 맡겨 놨다고 알려 왔다. 그때만 해도 생참치 구경하기가 힘든 시절이었다. 먼저 병맥주와 비교해 생맥주를 생각해 봤다. 냉동 참치도 맛있는데, 생참치는 대체 얼마나 맛있을까. 잔뜩 기대하고 달려갔지만 다녀간 지인들은 대부분 생각보다 별로였다는 반응이었다. 생참치를 처음 접하다 보니 식당 주방장이 칼질을 잘못한 게 아니었을까? 각자의 다양한 해석이 난무했던 기억이 난다. 참치는 원래부터 바짝 얼려야 더 맛있어지는 녀석일까. 또 일본에서 수십억 원에 팔렸다는 참치는 정말 그만큼 맛있을까. 우리와 부쩍 가까워진 참치의 속살을 들여다봤다.


경북 영덕 앞바다에서 무게 100㎏이 넘는 대형 참다랑어 1300여 마리가 무더기로 잡혔다. 연합뉴스 경북 영덕 앞바다에서 무게 100㎏이 넘는 대형 참다랑어 1300여 마리가 무더기로 잡혔다. 연합뉴스

■생참치,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지난달 8일 경북 영덕 앞바다에서는 100㎏이 넘는 대형 참치가 떼로 잡혔다. 길이 1~1.5m, 무게 130~150㎏에 달하는 참치 1300여 마리가 영덕군과 포항시 경계의 정치망 그물에 걸려든 것이다. 그물 속 오징어와 고등어에 혹한 참치들의 식탐 탓이었다. 이에 앞서 지난달 6일에도 영덕 강구면 삼사리 앞바다 정치망 어장의 그물에 길이 1∼1.5m, 무게 30∼150㎏ 참치 70마리가 걸리기도 했다.

이처럼 동해안에서 참치가 잡히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2020년 3372㎏에 불과하던 참치 어획량은 2021년 4만 78㎏, 2023년 15만 9568㎏, 2024년 16만 3921㎏으로 크게 늘었다. 지난 1~5월 동해안 누적 어획량은 51톤에 불과했는데, 6월 한 달 동안 어획량이 500톤에 달한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참치는 수온 18~24℃ 전후의 비교적 따뜻한 온대나 아열대 바다를 좋아한다고 알려진다. 지구 온난화로 우리 근해에서도 수온 상승이 두드러지자, 동해안에서 참치를 흔하게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참치는 심지어 가을·겨울철까지 나타나고 크기도 점점 커지고 있다.

2021년에는 독도 부근에서 참치알이 처음으로 발견되어 화제가 되었는데, 지난해에는 참치알 발견 장소가 제주 일대와 남해 등 27곳으로 늘었다. 1000㎥당 알 개체수도 100~2000개로 100배 이상 늘어난 곳이 많았다. 이 같은 일들은 우리 바다가 참치가 잠시 들르는 곳이 아니라 새로운 산란장으로 변모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참치는 앞으로 더 자주 우리 눈에 뜨일 것이다.

하지만 지난 7월 경북 영덕 앞바다에서 잡힌 참치들은 할당된 쿼터가 소진되어 안타깝게도 대부분 폐기되고 말았다. 어민들은 기후 변화로 인한 어종 변화를 반영하여 쿼터량을 확대하거나, 정치망 어업과 같이 불가피하게 잡히는 참치에 대한 활용 방안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힘들게 잡은 귀한 생명을 지금처럼 먹지도 않고 바다에 버려서야 안 될 일이다.


본참치 이정태 대표. 본참치 제공 본참치 이정태 대표. 본참치 제공

■우리도 참치 양식합니다

국내에서도 참치 양식을 한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축양(蓄養)이다. 바다에서 잡은 참치 새끼를 가두리에 넣고 키운 뒤 출하하는 방식이다. 일본은 인공부화→치어 사육 → 성어 성장까지 이어지는 완전 양식에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하지만 일본도 경제성 문제를 극복하지 못해 현재까지는 축양이 대부분이다.

참치 양식은 경남 통영 욕지도와 제주도 남쪽 해역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욕지도는 겨울철에도 수온이 10~12℃ 수준으로 유지되고, 깊은 수심과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외해 환경이 참치 생육에 좋다는 평가다. 욕지도 먼바다에서는 '홍진영어조합법인'과 '남평참다랑어영어조합법인' 두 곳이 참치 양식을 하고 있다. 욕지도에서 양식된 참치는 국내 유명 호텔과 일식집을 통해 유통된다. 그동안 국내에 유통되었던 참치는 대부분 냉동 수입품이었지만 이들 두 곳이 참치 양식에 성공하면서 냉동하지 않은 생참치를 합리적 가격에 맛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국내 참치 유통의 역사를 간단히 정리하자면 1960년대 후반 원양어업이 시작되며 참치잡이가 본격화하지만, 당시에 국내 소비는 없었다. 참치회는 1970년대 고급 일식집에서 등장하기 시작해 1990년대 후반부터 대중화됐다. 국내 참치 양식은 2000년대 들어와서 시작되었다.


본참치의 각종 참치 요리. 본참치의 각종 참치 요리.

■일찍부터 생참치를 내다본 ‘본참치’

‘본참치’의 이정태 대표는 냉동 참치와 생참치의 차이에 대해 누구보다 잘아는 전문가다. 2007년에 중앙동에서 시작한 본참치는 일찍부터 욕지도산 양식 참치를 써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냉동 참치와 생참치의 차이를 커피에 비유한 말은 업계에서 유명하다. “냉동참치가 믹스커피라면, 생참치는 아라비카종의 고급 원두커피”라고 표현했다. 이 말은 앞으로 대중의 참치 소비 성향이 생참치 위주로 바뀔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전망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부산시가 선정한 참치 요리 명인이자, 중앙동에서만 벌써 5번째 확장 이전을 거듭한 성공한 사업가다. 그는 언젠가는 참치 자원이 고갈되거나 보호 어종으로 지정될 것이기에 양식 참치로 갈 수밖에 없고, 사람들의 기호도 생참치로 변할 거라고 일찍부터 판단했다. 그 대비로 10년 전부터 매달 마지막 목요일에 생참치 이벤트를 해오고 있다. 생참치를 해체하고 판매하는 노하우를 착착 쌓아온 것이다.

사람들의 입맛은 보수적이라 쉽게 바뀌지 않는다. 본참치는 한때 매일 생참치 이벤트를 열었지만 아직은 수요가 그만큼 되지 않아 한 달 단위로 이벤트 시기를 다시 조절했다.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양식 수산물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할 때는 멀리 떨어진 지중해 모로코나 스페인 생참치로 대체하기도 했다. 너무 앞서 나갈 필요도 없고 손님들이 원하는 것을 해주면서 생참치에 대한 준비를 잘하자는 생각이었다.

본참치는 최근 동해에서 잡힌 참치도 쓰고 있다. 지금은 여름철 동해에서 잡히는 참치 때문에 양식 참치의 가격이 살짝 떨어진 상태라고 한다. 하지만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한 양식 참치가 생참치 공급의 주류인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낚시가 아니라 그물로 잡은 생참치는 양식 참치보다 품질이 떨어지기 쉽다. 이 대표는 “양식 참치는 안정적인 환경에서 안정적인 먹이 활동으로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적당한 기름을 가진 상태를 만들어 낸다. 반면에 자연산 참치는 지방이 적고 육질이 탄탄해서 그 맛의 진면목을 알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린다”라고 말했다. 자연산 참치와 양식 참치 맛의 차이가 방목한 소와 목장에서 사료를 먹인 한우의 차이를 생각하면 된다는 비유도 절묘했다.

양식이 절대 따라가지 못하는 자연산 냉동 참치의 장점도 있다. 덩치가 큰 자연산 냉동 참치는 마블링이 꽃처럼 화려하게 피어 있다. 양식 참치는 채산성 때문에 100~150kg 이상 잘 키우지 않아 마블링이 약하다. 고소한 기름기를 보장하는 화려한 마블링은 생참치가 냉동 참치에 미칠 수가 없다. 사람들 역시 아직은 익숙한 냉동 참치를 더 좋아한다. 냉동 참치를 60~70% 정도 해동시켜 냉장 숙성을 시켜, 완전히 녹지 않아 시원함이 남은 상태의 참치를 가장 선호한단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참치는 일본에서 들여온 냉동 참치를 거의 해동시키지도 않고 아주 단단한 상태로 먹은 게 시작이었다. 조금씩 해동도를 높여서 최근에야 생참치를 먹기 시작했다. 현장에서 보기에는 65대 35 정도로 아직까지 냉동 참치에 대한 선호가 높지만 생참치로 기호가 넘어가고 있는 과정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참치는 어떻게 먹어야 가장 맛이 있을까. 이 대표는 “오늘 피를 빼서 절명시킨 참치를 3~5일 냉장 숙성하면 진미가 올라온다. 따로 정해진 방식은 없고 자신의 기호대로 먹으면 된다. 기름기가 많은 참치 뱃살은 소금에 찍어도 괜찮다. 담백한 등살은 간장도 어울리고, 참기름에 찍어 먹어도 좋다”라고 답했다. 참치는 부위마다 이름이 다르고 가격도 다르다. 뱃살이 등살보다 3배, 머리 쪽 살이 꼬리 쪽 살보다 2배 정도 가격이 높다. 머리 쪽에 가까울수록, 또 배쪽에 가까울수록 비싸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참치 머리에는 정수리살, 군살. 볼살, 입천정살 같은 부위들이 있다. 절대적인 맛보다 사람들의 선호도, 즉 수요에 따라서 가격이 결정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욕지도 근처 사량도 출신으로 1997년 서울지방경찰청 취사병으로 시작해, 요리 외길을 걷고 있다. 글·사진=박종호 기자


참치가 든 후토마키. 참치가 든 후토마키.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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