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 기업 간 기술 유출 공방 장기화 소모전 끝내야
코렌스 등 3년간 법적 분쟁 마무리 못 해
대립 중단하고 선의의 기술 경쟁 펼쳐야
부산 기업들이 기술 유출 시비를 놓고 장기간 법적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2022년 7월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A사는 코렌스를 상대로 부정경쟁방지법(영업비밀누설 등) 위반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달 22일 영업·기술 유출에 대한 증거가 충분치 않다고 판단해 코렌스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경쟁사인 A사는 검찰이 코렌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지 않는 등 수사가 미진했다며 지난달 28일 항고했다. 코렌스도 A사가 명확한 근거 없이 경쟁사의 진출을 막기 위해 고소를 진행했다며 같은 날 무고죄로 고소했다. 두 기업이 3년간 분쟁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또다시 긴 소송의 터널로 들어갈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부산에서 경쟁력을 지닌 자동차 부품업체 간 법적 공방을 바라보는 지역 사회는 안타깝고 착잡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양사의 대립이 발전적인 경쟁이라기보다는 소모적인 논쟁에 가깝기 때문이다. 무혐의 처분 불복과 무고 고소를 거듭하게 되면 지난 3년보다 더 많은 시간을 허비할지도 모른다. 기술 개발에 쏟아야 할 에너지를 법적 공방에 소비함으로써 양사 모두 도약과 발전의 기회를 허무하게 날리게 되는 셈이다. 실제로 코렌스는 지난 3년간 사법 리스크에 휘말리면서 국내외 고객사로부터 수주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경제적 타격을 입었다. 사태가 장기화하면 기업 기반이 흔들릴 우려가 있다.
지역 자동차부품업계를 둘러싼 대외 수출 환경은 갈수록 녹록지 않은 게 현실이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부과 정책으로 인해 대미 수출 가격 경쟁력이 저하되면서, 경쟁국인 일본·EU와 치열한 경합을 벌여야 한다. 또 자동차업계가 하이브리드나 전기차로 전환하는 중요한 시기여서 업체들이 기술 개발에 한층 박차를 가해야 하는 상황이다. 관세 파고를 넘고 수출 시장에서 한국 자동차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역 부품업계가 힘을 모으는 것이 절실하다. 더 나은 기술 경쟁을 통해 고품질 제품을 생산해야 할 두 기업이 한 치 양보 없이 대립해 장기 소모전을 끝내지 않는다면 소탐대실로 이어질 수 있다.
부산은 주력 산업의 침체, 인구 감소 등으로 활력을 잃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두 기업이 힘을 합친다면 지역 자동차부품 산업은 훨씬 큰 시너지를 낸다. 기술 협력과 공동 개발을 통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의 계약을 확대하고, 지역 대학·연구소와 협력하면 ‘부산형 미래차 산업’이라는 새 브랜드를 만들 가능성도 크다. 양사는 대립을 중단하고 선의의 기술 경쟁을 통해 산업 재도약을 이끌어내는 데 앞장서야 한다. 부산시와 경제단체도 적극 중재에 나서서 화합과 단결을 촉구해야 한다.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등 대형 프로젝트가 빠르게 진행돼 부산 투자 유치와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시점에서, 부산의 미래와 지역 이미지를 지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