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바다에서 바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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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경 영산대 호텔관광학과 교수

지난주 부산 관광 미래 네트워크 회원들과 함께 팬스타 크루즈 미라클을 타고 2박 3일 일정으로 오사카 박람회장을 다녀왔다. 하루 동안만 엑스포장을 둘러보는 일정이 과연 의미 있을까 잠시 고민했지만,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에 실패하고 재도전을 준비하는 부산의 입장에서 현장을 직접 체험해 보자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도 이번 방문은 특별했다. 1993년 대전엑스포 공식 도우미로 활동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회장 곳곳을 누비며 600명의 회장 도우미와 1200명의 전시관 도우미들과 함께 관람객을 맞이한 기억이 생생하다. 93일간 이어진 축제는 20대 대학생이었던 필자에게 잊지 못할 추억의 장과 함께 관광학자의 길을 제공해 주었다. 이번 오사카 방문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학자로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부산 관광의 미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여정이었다.

오사카 엑스포 방문길 크루즈 경험

이동 아닌 '관광' 자체 효능감 높아

박람회장 일본 청결 수준 명불허전

외국어 서비스 등 섬세함은 낙제점

관람객은 환대·소통만 기억할 따름

엑스포 재추진 때 타산지석 삼아야

오사카로 향하는 길은 크루즈 자체가 주는 설렘으로 시작됐다. 팬스타 크루즈 미라클은 엄밀히 말하면 대형 크루즈선은 아니고 페리와 크루즈의 중간쯤에 해당한다. 이것은 호텔 등급으로 따지자면 육성급이나 오성급 호텔이라기보다는 비즈니스호텔 또는 관광호텔급에 해당한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좀 더 쉬울 것 같다. 규모는 작았지만 선상 생활은 기대보다 만족스러웠다. 객실은 쾌적했고, 사우나와 요가·줌바 프로그램, 저녁 식사 후에는 쇼와 이벤트 프로그램까지 마련되어 긴 이동 시간조차 여유롭고 즐겁게 보낼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세 끼 식사가 단조롭지 않고 균형 있게 제공되어 ‘이동’이 아니라 ‘휴식’을 체험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이 경험은 부산이 앞으로 해양관광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에 대한 작은 힌트가 되었다. 크루즈는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라, 관광 그 자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박람회장에 도착하니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일본 특유의 청결과 질서였다. 수많은 인파가 몰렸음에도 회장은 마치 개막 첫날처럼 정갈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바닥이나 조경, 안내 시설은 흠잡을 데 없이 잘 유지됐고, 화장실조차 시각과 후각 모두 쾌적했다. 10년 넘게 여러 지자체 축제 평가에 참여해 온 내 경험으로는, 이 정도의 청결 유지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다. 일본이 가진 강점이자 우리가 배워야 할 대목이었다.

그러나 감탄만 할 수는 없었다. 오사카 박람회장의 상징인 대지붕링(The large roof ring) 주변의 식물은 고사하거나 잡풀이 자라난 부분이 많이 있어서 조금 아쉬웠다. 잡풀이 자라난 부분은 어쩌면 생명을 잇는다는 주제 측면이 아닐까 싶기도 했지만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대부분의 전시관은 사전 예약제로만 운영되어 자유롭게 관람하기 어려웠고, 글로벌 행사를 표방했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어 서비스는 부족했다. 한국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긴 대기 끝에 입장했지만, 전시 내 내레이션은 일본어로만 제공되었고 영어 안내도 일부에 불과했다. 관람객 참여 유도 역시 일본어 위주라 외국인 방문객은 소외될 수밖에 없었다. 긴 대기 시간 동안 별도의 안내나 소통이 없었던 것도 아쉬웠다.

이 대목에서 1993년 대전 엑스포가 떠올랐다. 당시 우리는 줄을 서 있는 관람객에게 간단한 인사를 건네고, 프리쇼 공간에서는 전시 영상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을 곁들였다. 메인 영상관에 들어가기 전후로도 안내 멘트가 이어져 관람객은 단순한 구경꾼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주인공이 되었다. 덕분에 수많은 전시관 중 몇 개만 관람해도 만족감을 얻을 수 있었다. 반면 이번 오사카 엑스포는 첨단 영상과 레이저쇼를 선보였음에도 설명이 없어 많은 관람객이 멀뚱히 서 있을 뿐이었다. 기술은 화려했지만, 관람객과의 교감은 실종된 느낌이었다.

이번 경험은 부산에 중요한 숙제를 던져주었다. 세계박람회를 꿈꾸는 우리는 단순히 새 공항과 전시장, 크루즈 터미널 같은 하드웨어에만 치중해선 안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관람객 중심의 운영 시나리오다. 긴 대기 시간도 즐거운 체험으로 바꾸는 섬세함, 다양한 언어로 제공되는 안내, 그리고 사람 사이의 따뜻한 교감이 필요하다. 기술은 도구일 뿐, 결국 관람객의 기억에 남는 것은 ‘환대’와 ‘소통’이다.

부산은 바다를 품은 도시이자 바다를 통해 세계와 연결되는 관문이다. 앞으로 수많은 크루즈 관광객과 MICE 산업 방문객이 북항으로 들어오게 될 것이다.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단지 새로운 건물이 아니라, 그들을 맞이하는 도시의 태도다. 가덕신공항이 개항하기 전에, 부산은 어떤 누가 방문해도 불편하지 않을 관광도시 부산을 먼저 만들어야 할 것이다. 개인으로 와도, 단체로 와도 불편하지 않은 해양도시. 그것이야말로 부산을 진정한 해양관광의 메카로 만들고, 세계인의 기억에 오래 남을 엑스포를 완성하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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