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극항로 개척 모항 최적지 부산 전략 개발 필요하다
북항 등 2곳… 법적·제도적 기반 꼭 필요
국제 네트워크 통해 모항 당위성 높여야
북극항로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기후변화로 북극해 빙하가 빠르게 녹으면서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새로운 해상·복합 운송 루트, 이른바 ‘북극회랑(Arctic Corridor)’의 전략적 중요성이 갈수록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부산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차세대 쇄빙연구선 모항 부산 유치 전략’ 보고서는 부산이 북극항로 개척의 핵심 거점으로 도약할 기회와 과제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이는 북극항로 시대를 선제적으로 준비하는 동시에 부산의 미래 경쟁력을 위한 전략적 청사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실행 전략이 뒷받침돼야 한다.
공급망 불안과 에너지 안보 위기가 상시화된 글로벌 정세에서 북극항로는 해상 운송로를 넘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새로운 전략 자산으로 부상했다. 보고서는 부산 지역 내 6개 항만 시설을 면밀히 분석한 끝에 영도구의 부산국제크루즈터미널과 동구의 부산항 북항 1부두를 차세대 쇄빙연구선 모항의 최적지로 선정했다. 전자는 이미 항만 인프라가 탄탄하고 동삼혁신도시 내 연구기관과 협업도 가능하지만 교통 접근성이 다소 떨어진다. 후자는 북항재개발과 연계가 용이하고 모항 기능을 이미 갖췄지만 연구시설 부재가 아쉬운 점으로 지적됐다. 이처럼 후보지를 압축한 것은 부산이 북극항로 허브 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적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분기점이다.
하지만 북극항로 개척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매김하려면 선박의 종합적인 관리와 운영을 가능케 하는 시스템적 기반이 뒷받침돼야 한다. 부산연구원이 제시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강화 방안은 이 점을 정확히 짚고 있다. 지자체 간 모항 유치 경쟁이 불붙고 있는 상황에서 북극항로 모항 인프라 구축이라는 하드웨어적 측면과 함께 관련 조례 제정, 극지 활동 기본계획 수립, 북극경제이사회(AEC)와의 협력 강화 등 법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국제 네트워크 강화를 통해 부산의 모항 유치 당위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부산 조선·해양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북극항로 시대 전략적 우위를 확보하는 핵심 열쇠가 될 것이다.
부산이 북극항로 시대를 선도하려면 정부, 민간, 학계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 정성엽 박사가 강조했듯 쇄빙 컨테이너선과 친환경·스마트 선박 등 북극해 운항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선제 개발해 세계 표준을 주도해야 한다. 다만 북극항로는 아직 상업적 경제성이 완전히 입증되지 않았다. 기후변화와 국제 정세 변화 속에서 잠재적 기회와 리스크가 공존한다. 따라서 항해 안전을 뒷받침할 기술 개발, 국제 규범 대응과 다자 협력, 에너지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균형 외교와 산업 전략을 동시에 마련해야 한다. 준비하는 만큼 북극항로 모항 선점 경쟁에서 부산의 미래는 더욱 넓게 열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