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환경과 복지, 어르신과 어린이 아우른 자원순환 모델 확산하길” 이채진 코끼리공장·거북이공장 대표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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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장난감 기반의 자원순환 모델
기부·플라스틱 재활용·환경 교육까지
울주군서 2014년 코끼리공장 첫 설립
부산 ESG센터 2호점 거북이공장 운영
전국 지자체와 협업 남미 국가에 연수도

“솔직히 우연이 겹쳐서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아이들이 좋아서 아동학을 전공했고, 육아종합지원센터 교사로 일하면서 저도 두 아이의 아빠가 됐는데, 고장난 장난감이 처치곤란이었죠. 비슷한 생각을 가진 아빠들과 봉사활동으로 시작한 장난감 고쳐 쓰기가 지금은 거창하게 표현해 ‘창의적 순환경제 모델’로 주목을 받게 된 거니까, 신기하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고….”

이채진 코끼리공장 대표는 겸손하게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울산에서 2014년 사회적기업 코끼리공장을 시작했다. 장난감을 접하는 시간이 많았기에 고민도 많았다는 그는 “장난감은 살 때는 비싸고, 짧은 시간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주지만 버릴 때는 난감한 존재”라고 설명했다. 더이상 아이는 가지고 놀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냥 버리자니 아깝고, 고장난 채 주변에 나눔을 하는 것도 껄끄러운 탓이다.

그래서 이 대표는 2011년 같은 생각을 가진 아빠들과 ‘아빠 장난감 수리단’이라는 이름의 봉사활동 조직을 만들었다. 낡은 장난감을 기부 받거나 수거해 깨끗하게 소독하고 고친 뒤 취약계층에게 나눠주는 활동이었다. 플라스틱이 주 원료인 장난감은 철 또는 고무로 된 부품, 건전지 등을 일일이 분해한 뒤 재활용할 수 있다. 그런데도 서민들은 비싼 장난감을 아이들에게 마음껏 사줄 수 없기 때문에 ‘고쳐서 나눠 쓰자’는 취지였다.

그런데 이 생각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또래 젊은 부모들 사이에서 조금씩 알려지면서 장난감 기부가 크게 늘어났고, 봉사활동으로는 감당이 안 되는 수준에 이르자, 결국 그는 2014년 울산 울주군에 사회적기업 코끼리공장을 설립하고 장난감 재활용을 본격화했다.

폐플라스틱을 잘게 잘라 테이블과 화분을 만들고, 폐플라스틱에서 섬유를 뽑아내 그것으로 다시 작업용 손장갑과 모자, 옷, 수건, 신발 등으로 재탄생시키기도 한다. 아이들은 자신이 아끼던 장난감을 기부하고 아직은 깨끗해서 쓸 만한 장난감으로 교환해 가기도 한다. 장난감 폐플라스틱을 잘게 부순 조각들로 동물 모양의 키링을 직접 만들며, 자원 재활용과 선순환 과정을 알게 되는 환경교육도 받을 수 있다.

그는 “단순한 폐기물 처리업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코끼리공장에서 아이들은 생애 첫 기부라는 사회적 활동을 해보고 낡은 장난감이 다른 쓰임의 물건으로 바뀌어 사용되는 환경보호, 순환경제의 가치를 알게 된다는 점에서 조금 특별하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이어 2023년에는 부산 동구에 거북이공장을 세웠다. 부산시의 친환경 일자리 사업 ‘우리동네 ESG센터 2호점’의 별칭이다. 코끼리공장이 어린이에 주목했다면, 거북이공장은 어르신들이 중심에 있다. 초량동 산복도로 초입에 위치한 거북이공장은 부산의 6080 어르신들이 자원순환 및 세대 이음을 실천하기 위해 만든 국내 첫 시니어 브랜드로, 어르신들의 작업 과정을 느리지만 성실한 거북이에 빗댔다.

이 대표는 “기부 장난감 대신 어르신들이 직접 수거한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해 다양한 친환경 제품을 제조하는 시니어들의 일자리인 동시에, 미래세대인 아이들을 위한 여러가지 친환경제품을 제조하고 환경교육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이 시대적 흐름과 잘 맞아떨어졌다”면서 “시민들의 실천과 참여를 기반으로 한다는 부산시의 뚜렷한 정책적 목표가 있었고, 어르신들이 일자리를 갖는다는 만족감에 더해, 좋은 일을 한다는 자기효능감을 많이 느끼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훌륭한 노인 일자리 사업 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의 순환경제 모델 또한 서울과 경기, 충북 등 전국 여러 지방자치단체와 협업 방식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는 “코끼리공장과 거북이공장은 어르신과 아이들, 시니어와 주니어를 환경과 복지라는 정책 가치에 함께 아우를 수 있는 자원순환 모델이라는 점에서 파급력이 컸다”면서 “각 지역의 특성에 맞게 발전적 적용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코끼리공장의 순환경제 모델은 이제 세계로 뻗어나가는 모양새다. 그는 지난 17일부터 오는 30일까지 파라과이와 콜롬비아의 고위급 정책결정자들을 부산으로 초청해 폐기물 처리 기술과 자원순환 정책을 공유하는 부산글로벌도시재단의 글로벌 연수 프로그램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사회적기업 운영 10년을 넘기면서 사실 감흥보다는 힘들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그럼에도 저희의 시도가 해를 거듭하며 사람들 사이로 번져나가 여기까지 왔고, 이제 함께 하자고 손을 내미는 단체와 기업이 늘어나고 있어서 매우 의미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 공장이 전국 규모의 자원순환 모델이 될 수 있겠다는 희망도 조심스레 품어 봅니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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