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문화 사랑방 역할 ‘잇츠룸’… AI 시대 휴먼스토리 소개 계획” 윤혜진 울산 갤러리 ‘잇츠룸’ 관장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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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기업 아이티공간 6년째 운영
시민 등에 무료 전시 공간 제공
장소 사용 전시 작가 100여 명
지역 메세나 활성화에 큰 기여

울산시 남구 시청 인근에 자리한 ‘잇츠룸’(It‘s Room). 검은 외벽과 원기둥이 받치는 입구 위로 노란 영문 간판이 번쩍인다. 도대체 이름만 봐서는 뭐 하는 곳인지 짐작하기 어렵다. 커피숍 같기는 한데 혹시…룸살롱?

이곳은 다름 아닌 중소 IT기업 ‘아이티공간’(IT SPACE)이 운영하는 산업문화 갤러리다. 이름은 회사에서 따왔다. 지역 예술인은 물론 평범한 시민에게 전시 공간을 무료로 빌려준다. 2020년 말 문을 연 뒤 100여 명의 시민 작가가 이곳을 거쳐 갔다. 잇츠룸이 지역민의 문화 사랑방 역할을 한 지도 어느덧 6년째. 이런 성과는 ‘메세나 전도사’ 윤혜진 관장의 열정과 노력이 없었다면 쉽지 않았을 일이다. 본업이 기업인인 그에게 메세나 활동의 원천은 도대체 무엇일까.

지난 21일 〈부산일보〉와 만난 윤 관장은 “회사에서 산업현장 안전과 관련된 근로자들의 ‘목소리 데이터’를 수집·기록하다가 우연히 ‘이 이야기를 전시 형태로 소개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직원들과 논의해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차원에서 1층을 무료 전시 공간으로 꾸몄다”고 말했다. 아이티공간은 전류 기반 빅데이터로 산업현장의 설비를 보호하고 에너지를 절감하며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회사다. 윤 관장은 이 회사의 부사장을 겸하고 있다.

잇츠룸의 슬로건은 ‘한 사람의 인생이 작품이 되는 공간’이다. 윤 관장은 그간 전업 예술인에 한정하지 않고 일상에서 우연히 만난 이들까지 전시 공간으로 이끌었다.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작은 가구를 나눠주던 퇴직 교원, 회사 직원의 가족인 대학가 사진사, 관공서에서 만난 스피치라이터 등 저마다 잇츠룸과 소중한 이야기로 인연을 맺었다. 그렇게 다양한 삶의 일면을 매개로 잇츠룸을 이용한 전시 작가는 100명을 넘는다. 어린이 작가들의 톡톡 튀는 설치 작품을 전시한 ‘이상한 나라, 울산의 엘리스들’, 장애인의 ‘나를 바라보는 편견’, 1960~70년대생 울산 아저씨들의 삶에 대한 열정을 담은 ‘울빠’(울산 오빠), 울산 출신 과학자 김태민 박사(前 NASA 근무)의 ‘주기율표 한글전’ 등. 이채로운 전시가 끊이지 않고 잇츠룸을 ‘문화 사랑방’으로 키웠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전시는 지난해 5월 열린 당시 만 13세 중학교 2학년 이재홍 작가의 ‘울산 소년 기차역 만물전’이다. 잇츠룸에서 생애 첫 개인전을 연 ‘철도 덕후’인 그는 윤 관장에게 진심 어린 감사의 말을 건넸고, 윤 관장은 “그날따라 제가 하고 있는 일이 옳은 길을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현재 잇츠룸은 전기적 충격과 같은 우연한 기회를 삶의 기적으로 일궈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맹렬한 SPARK展’을 시리즈로 선보이고 있다. 윤 관장은 앞으로도 아이티공간의 정체성과 맞닿은 AI 시대의 휴먼스토리를 발굴해 소개할 계획이다. 대관 일정만 3년치가 쌓여 있다. 마지막으로 윤 관장에게 잇츠룸과 메세나의 의미를 물었다. “평범한 한 사람의 삶이 작품이 되고, 그 과정에서 기업·예술인·시민이 함께 성장하는 것. 그게 바로 잇츠룸이 지향하는 메세나가 아닐까요?”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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