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미 정상회담 큰 고비 넘었지만 통상·안보 후속 논의 중요
기술동맹 의지 확인 실용외교 추진 속
군사·경제동맹 양국 관계도 더 다져야
한국시간으로 26일 새벽 미국 백악관에서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은 출국 전 우려에 비해서는 첫 고비를 비교적 무난히 넘긴 것으로 보인다. 협상에만 치중해 외교적 예의를 저버리는 식으로 예측불허의 행동을 곧잘 해 온 트럼프 미 대통령이 상대였기에 모욕적 장면 없이 마무리된 것만으로도 국내외 공히 무난했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룬다. 공동성명과 같은 합의 문서는 나오지 않았으나 조선과 원자력, 반도체 등에서 기술협력 의지를 다지고 일본과 더불어 한미일 협력 강화를 강조한 점도 실용외교라 평가받을 만하다. 그럼에도 회담 전보다 더 늘어난 미국의 청구서에 어떻게 대응할지는 여전히 숙제로 남는다.
회담 직전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정치상황을 ‘숙청 또는 혁명’이라며 ‘이런 상황에서는 사업을 할 수 없다’는 강경 메시지를 띄웠다. 이재명 대통령의 미국 입국 과정에서 이전 방미 대통령들과 비교한 의전 수위 논란 등이 있었기에 이 같은 메시지는 긴장감을 한껏 끌어올리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우려와는 달리 실제로 만난 양국 정상은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회담을 진행했다. 여기에는 상대의 성향을 미리 연구한 이 대통령이 북한 투자와 골프 등을 소재로 대화를 이끈 노력이 작용했다. 이 대통령의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기조 포기 발언도 반미친중 이미지 탈피 성과로 이어졌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굳건한 한미동맹을 재확인하며 기술협력 이외에 북핵 대화 재개와 한국 APEC 참석 적극 검토 등의 대화도 이끌어내 표면적으론 무난히 진행된 모양새다. 하지만 이면을 들여다 보면 회담 전보다 더 많은 청구서가 속속 날아들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것만 해도 주한미군 기지 부지 소유권을 비롯해 B-2 폭격기 등 미국 군사장비 구매, 알래스카 에너지 사업 투자 등 하나하나 벅찬 것 투성이다. 회담 직후 회담에서 일절 언급이 없었던 농축산물 시장 개방 문제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언급한 점을 미뤄 보면 논의가 없었던 관세나 미군 감축 등 양국 핵심 문제도 ‘살아있는 불씨’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70년이 넘도록 이어져 온 한미동맹은 군사동맹으로 시작했으나 경제동맹으로 발전해 왔다. 그런 한미동맹이 이제는 조선과 원자력, 반도체 등 분야에서 미국의 기술과 한국의 제조가 협력의 시너지를 내는 새로운 기술동맹의 단계로 접어들 길목에 왔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그 길목에서 이정표를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으리라 믿는다. 비교적 무난히 끝난 이번 회담의 양상이 이를 웅변한다. 새 이정표를 확인한 한미 양국 앞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직 많이 남았다. 가장 큰 과제는 관세와 미군 역할, 북미 대화 등을 고리로 하는 통상·안보 문제다. 기술동맹으로 가기 위해선 군사동맹이자 경제동맹인 양국의 관계를 더 다져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