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일 17년 만에 공동발표문 미래지향 협력 강화해야
미래산업 협업·고령화 문제 협의체 출범
위안부 피해 등 과거사 언급 생략 아쉬워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지난 23일 도쿄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뒤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양국 정상이 회담 결과를 문서 형식으로 발표한 것은 2008년 4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방일 이후 17년 만이다. 공동발표문 채택 못지않게 이 대통령의 이번 방일 의미는 특별했다. 한국 대통령이 양자 외교를 위해 동맹국 미국보다 먼저 일본을 방문한 것은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처음이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한일 수교 60주년으로 역사적인 해다. 양국이 지난 60년 동안의 관계를 성찰하고, 공동발표문 채택을 통해 미래지향적인 협력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로 한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이번 회담을 통해 셔틀 외교를 재개한 두 정상은 사회·경제·안보 분야의 협력 체계 강화에 공감대를 이뤘다. 수소와 인공지능(AI) 등 미래산업 분야 협력, 저출산·고령화처럼 공통으로 직면한 사회 문제 협력 협의체 출범, 워킹홀리데이 참가 횟수 확대와 같은 인적교류 활성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등이 눈길을 끈다. 특히 두 정상이 지역균형발전 의제에 공감대를 쌓아 주목된다. 이 대통령이 취임 뒤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지시한 것처럼, 이시바 총리도 ‘지방창생 2.0’ 전략으로 수도권 집중화 해소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양국은 서로에게 유익하고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협력하는 최적의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번 회담에서 일제강점기 위안부·강제동원 피해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한 언급이 빠진 것은 매우 아쉬운 대목이다. 발표문 중 과거사와 관련된 내용은 “이시바 총리는 1998년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음을 회담에서 언급했다”는 문구가 유일했다. 1998년 발표된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에는 식민지배에 대한 일본의 반성과 사과가 포함돼 있었다. 정의기억연대 등 시민단체가 “실용 외교라는 명분에 역사 정의가 가려진 정상회담”이라고 날을 세운 이유다. 양국이 진정한 미래지향적 관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과거사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인 한국과 일본에도 관세를 부과하고 투자를 요구하면서 양국의 안보·경제 협력은 중요하다. 이번 회담에서도 양국 정상은 상당한 시간을 대미 관계, 관세 협상에 할애했다고 한다. 오는 25일(현지 시간)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우리보다 앞서 정상회담을 가졌던 일본의 경험과 지혜를 공유한 셈이다. 미국이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한미일 공조를 중시해 온 만큼, 한국이 주도적으로 일본과 협력 체제를 구축한 것은 대미 협상력 제고에 유리할 수 있다. 국제 질서 전환기에서 양국이 위기에 공동 대응하고, 기회를 함께 만들어 국익을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 한일 회담은 과거를 딛고 미래로 함께 향하는 진정한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