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란봉투법 본회의 통과… 경제계 우려도 귀 기울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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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노동 환경 바꾸려는 입법 강행
위기의 기업 등 현장 부작용 최소화해야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노란봉투법)'이 여당 주도로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노란봉투법)'이 여당 주도로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법은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를 담아내는 그릇이다. 법을 이렇게 바라볼 때 24일 오전 국회를 통과한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하 노란봉투법)은 노동 환경에 대한 우리 사회의 합의가 바뀌었음을 극명히 드러낸다고 할 것이다. 노란봉투법은 파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고 원청업체가 하청업체 노동자에 대해서도 사용자로 취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이 법을 놓고 그동안 재계를 중심으로 기업 활동 위축과 이에 따른 기업 해외 유출 등의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으나 더불어민주당은 최초 제기 법안의 수정 없이 통과를 강행했다. 이 같은 모습 자체가 노동 환경에 대한 합의의 변경을 상징한다 할 것이다.

노란봉투법은 2014년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손해배상 소송 사건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법원이 파업 노동자들에게 47억 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내리자 시민들이 4만 7000원씩을 담은 노란봉투를 언론사에 전달한 데서 나왔다. 노동자들이 받던 노란색 월급봉투를 다시 받을 수 있기를 바라는 의미로 노란봉투를 사용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그렇게 노동자의 고통에 감응한 국민들의 여론이 모여 10여 년이 넘도록 추진돼 온 것이 바로 노란봉투법이다. 그만큼 노동 환경이 노동자에게 불리하도록 기울어져 있었다는 데 대한 국민적 여론이 한군데 모였다는 뜻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강행은 그 마침표에 불과하다 할 수 있다.

그렇게 바뀐 사회적 합의에 따라 새로운 입법이 됐다고 해서 사태가 마무리되는 것은 아니다. 사회는 끊임없이 변화하며 우리를 둘러싼 환경도 10여 년 전과 달라졌기 때문이다. 노란봉투법 국회 통과와 함께 재계에선 벌써부터 비명이 쏟아진다. 특히 노란봉투법이 원청과 하청의 관계를 새로 규정하도록 한 데 대해 동남권 주력산업인 자동차부품업계와 조선기자재업계가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해당 업계는 오랫동안 원청과 하청의 수직계열화가 유지된 상태라 경영 안정성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지역 해당 업계엔 경영 위기에 처한 중소 3·4차 납품업체들도 수두룩해 노란봉투법이 미국의 관세폭탄에 이은 결정타가 될 우려도 팽배한 실정이다.

아무리 법의 취지가 좋다고 해도 현장과 괴리된다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노동자의 죽음을 막자는 취지로 입법이 된 중대재해처벌법도 최근 발생한 코레일 노동자 사고에서 보듯이 사기업과 공기업 간의 법 적용 수준을 맞추는 것조차 쉽지가 않은 게 현실이다. 노란봉투법 입법 과정에서 여권이 ‘기업 해외 유출 등 부작용이 생기면 그때 가서 개정하면 된다’는 식의 태도를 보인 것은 너무 안일한 현실 인식이라 아니할 수 없다. 아직 법 시행 6개월이 남은 만큼 여야를 막론하고 부작용 최소화를 위한 세부 보완입법에 서둘러 나서야 할 것이다. 그게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라도 법에 제대로 담기 위해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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