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해운업 근간 되는 해기 인력 1만 명 반드시 유지해야” 김종태 (사)한국해기사협회 회장

이호진 기자 jiny@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미국 해운 주권 회복 움직임 지적
유사시 해기 인력 현재로선 부족
해양대, 특수목적대로 전환 필요
청년 유인책 등 특단의 조치 절실

“해운 없이 생존할 수 없는 우리나라, 해기 인력 1만 명을 반드시 유지해야 합니다.”

지난 4월 미국 의회에 자국 상선 250척 건조, 자국 화물의 자국 선대 수송 의무화, 자국 해기사 양성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미국 해운·조선 강화법’(SHIPS for America Act)이 지난해 연말에 이어 재발의됐다.

(사)한국해기사협회 김종태 회장은 미국이 해운 주권 회복에 나서고 있다고 평가한다. 상선대나 해기사가 산업의 한 부분에 그칠 뿐이라는 기존 시각에서 벗어나, 유사시 군수물자 수송에 주요 역할을 맡을 ‘국가 전략 자산’이라는 관점이 반영된 비상 조치라는 것이다.

김 회장은 요즘 다양한 토론회와 세미나에 나가 해기 인력 1만 명 유지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왜 1만 명일까?

“우리나라가 유사시에 대비해 상선을 국가가 징발할 수 있는 동원선박제도를 운영하는데, 외항선 300척, 내항선 300척으로 이 배들을 운영할 해기 인력 6600명이 일시에 필요합니다. 현재 승선근무예비역 3년, 예비군 8년을 합쳐 11년간 실제 동원할 수 있는 인력이 1만 명 수준인데, 이 중 44%가 해양경찰을 비롯한 공무원으로 빠져 거의 정확히 동원선박 1회 운항만 가능한 상황입니다.”

딱 맞으면 된 것 아닌가 싶지만, 추가로 선박과 인력을 보충해야 할 유사시라는 점을 감안하면 빠듯하다 못해 부족하다는 지적에 이해가 간다.

그렇다면 해기 인력 1만 명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까? 김 회장은 “국가 차원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즉 △해양계 대학을 특수목적대학으로 위상을 재정립해 1국가 1해양대로 키우고 승선근무예비역이 매년 1000명 이상 유지되도록 하고 △매년 1000명 이상의 초급사관 배출과 우수 고급사관·선박관리자 육성 등의 3축 지원 전략을 세워야 하며 △필수·지정 선대가 일반 선대에 비해 더 부담하는 선원비는 국가가 지원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김 회장은 주장했다.

생각해 보면 수출입 물량의 99.7%를 해상 운송이 감당하는 우리나라로선, 긴박한 사태가 발생해 해상운송에 차질이 생긴다면 국가 전체가 심각한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는 처지다. 느슨한 제도의 고삐를 다잡아 유사시에 대비하고, 한편으로는 청년들에게 바다가 매력적인 일자리로 인식되도록 국가 차원의 대대적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 국가 중 자국 해기 인력을 성공적으로 공급한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며 “승선근무예비역 제도가 큰 역할을 해 왔지만, 학령인구 감소와 승선 기피 현상으로 해기 인력 고령화가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얀마 정정 불안 등으로 국제 선원시장에서 공급국 우위 시장이 형성돼 있다는 점도 업계의 고민거리다.

“해양수산부와 해운기업 본사가 부산으로 옮겨 오는 마당에 실제 해운 현장을 누빌 해기 인력의 안정적 확보에 대한 전향적인 정책 변화가 ‘해양수도 부산’을 더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김 회장은 입을 앙다물었다.


이호진 기자 jiny@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