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여는 시]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임경섭(1981~)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으나
허연 이불이 아무렇게나 나뒹구는 침대 위에
아무렇지 않게 엎드려 있던 형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으나
한 눈으로 누구의 전화인가를 확인한 형은
더이상 전화가 울리지 않도록
버튼 한 번 누르고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전화가 왔으나
전화를 받지 않은 형은
전화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전화가 끊어진 전화를 붙들고
전화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형은
받지도 않은 전화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시집 〈종종〉(2025) 중에서
핸드폰이 현대인의 신체 일부라는 말이 있습니다. 의사소통, 업무 수단, 카메라, 쇼핑, 음악 감상, 카드 대체 등 생활 전반에 편리함의 혁신을 가져온 기기이지만, 인간의 삶이 이 스마트 폰과 함께 더욱 스마트해지고 있는지는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생활에 필수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핸드폰, 손에서 놓을 수 없는 핸드폰의 부정적 단면을 이 시는 보여줍니다.
심각해지고 있는 사회성 저하, 주의력 결핍 그리고 우울증과 같은 감정 조절 능력을 떨어뜨린다는 핸드폰. 건강한 삶을 위해 오프라인 일상과 대인관계에 집중해보는 건 어떨까 생각하게 하는 시편입니다. 신정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