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디지털자산시장 불장에 대비하는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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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준식 비온미디어 대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퇴직연금 ‘401K’의 암호화폐 투자 제한 규정을 해제하자, 비트코인은 11만 7000달러 선을 넘어서며 사상 최고가 갱신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암호화폐 친화적 경제학자 스티븐 미란을 연방준비제도(Fed) 이사로 지명하면서, 디지털자산시장의 대규모 불장(강세장)이 임박했다는 전문가들의 예측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은 이미 디지털자산시장 강세장에서 미국의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완성했고, 개인부터 기관까지 전방위적 투자에 나서고 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규제 미로에 갇혀 있고, 그 사이 우리 기업들은 하나둘 해외로 떠나고 있다.

미, 퇴직연금 암호화폐 투자 제한 해제

8조 9000억 달러 디지털 자산 유입

비트코인 사상 최고가 갱신 기대 커져

제도 설계 지연 땐 글로벌 경쟁 밀려

부산, 블록체인 특구 지위 최대한 활용

혁신 기업 비즈니스 검증 환경 조성을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지니어스법’(GENIUS Act, 미국 스테이블 코인 국가 혁신 지침법)은 단순한 규제 완화를 넘어선다. 이는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으로 편입시켜 디지털 시대의 달러 패권을 공고히 하려는 국가 차원의 전략이다. 현재 스테이블코인의 99% 이상이 달러 기반이며, 대표주자인 테더(USDT)의 시가총액만 1400억 달러를 넘어섰다.

더 주목할 점은 테더가 미국 국채 보유량을 1270억 달러로 늘리며 한국을 제치고 세계 18위에 올랐다는 사실이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이 담보로 미국 국채를 대량 보유하면서 국채 수요가 증가하고, 결과적으로 금리 상승 압력은 줄어들며 미국의 재정 부담도 완화된다.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디지털 금융 영역까지 확장하는 치밀한 설계다.

이와 대조적으로 한국에서는 안타까운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 음악 저작권 기반 디지털 증권을 개발한 뮤직카우가 대표적 사례다. 국내에서는 규제 불확실성으로 영업 손실만 거듭하던 이 회사가 미국에서는 증권거래위원회(SEC) 승인을 받아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같은 기술, 같은 상품이지만 제도적 환경의 차이가 성패를 갈랐다.

국회에서 ‘디지털자산기본법’이 발의되고 원화 스테이블코인 논의가 시작됐지만, 속도는 여전히 더디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민간 스테이블코인이 공존하는 시대가 다가오는데, 제도 설계에서 뒤처진다면 한국은 글로벌 디지털 금융 경쟁에서 변방으로 밀려날 위험이 크다. 시장 신호 역시 명확하다. 한때 한국의 뜨거운 투자 열기를 상징했던 ‘김치 프리미엄’은 사라졌고, 오히려 해외 가격이 더 비싼 ‘역프리미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흐름은 정반대다. 비트코인 반감기 후 나타나는 4년 주기 강세장, 미국의 비트코인 ETF 승인, 상장 기업들의 대규모 비트코인 매입, 연말 금리 인하 전망까지 모든 조건이 사상 최대 규모의 불장을 예고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량이 역대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도 시장의 팽창 모드를 뒷받침한다.

특히 401K 투자 제한 해제는 게임의 판을 완전히 바꿨다. 8조 9000억 달러 규모의 거대 자금이 디지털자산 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것이 미국 정부의 ‘묵시적 보장’을 의미한다는 점이다. 수천만 미국인의 노후 자금이 비트코인에 연동되면, 미국 정부가 비트코인 시장을 일정 수준 이상 방어해야 할 동기가 생긴다. 이를 간파한 미국의 개인과 기업들은 이미 ‘전략적 진입’에 나서고 있다.

그렇다면 핵심 질문은 이것이다. 부산은 준비하고 있는가?

부산은 대한민국의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되었고, 디지털 금융 중심도시를 표방하고 있다. 하드웨어 인프라는 어느 정도 갖춰졌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소프트 인프라’다. 관련 기업과 인재가 모이고, 글로벌 디지털 금융의 흐름을 체감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일이다.

부산이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글로벌 수준의 디지털자산 콘퍼런스와 네트워킹 행사를 정기적으로 개최하며, 사람과 기업을 부산으로 모이게 해야 한다. 동시에 중앙정부가 부여한 블록체인 특구 지위를 최대한 활용하여 샌드박스를 통해 디지털자산 혁신 기업들이 부산에서 실제 비즈니스 모델을 검증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핵심은 유망한 디지털자산 기업이 서울에서 실행하지 못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검증하기 위해 싱가포르나 두바이로 나가지 않고, 부산에서 비즈니스를 검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부산의 대학과 공공기관이 참여하는 체계적인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구축하여 디지털 금융 전문가를 키우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미국이 이미 달리고 있다면, 우리는 최소한 시동을 걸어야 한다. 불장은 준비된 자에게만 기회가 된다. 부산이 그 선봉에 설 수 있을지는 지금 이 순간의 선택에 달려 있다. 대한민국의 디지털 금융 미래가 부산의 결단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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