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 대통령 현안 산적한데, 정치인 사면 논란 안 될 일
눈앞 한미 정상회담 등 난제 첩첩
국민 통합 거스르는 결단은 금물
조국 전 대표에 대한 사면 결정은 다음 주 있을 이재명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연합뉴스
지난 주말 휴가에서 복귀한 이재명 대통령의 첫 업무 지시는 “앞으로 모든 산재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였다. 고질적 산업재해 문제 해결을 위한 고용노동부의 대책 보고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다. 산업재해에 대해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인식의 중대성을 강력하게 천명한 이 같은 움직임으로 향후 산재 대응 정책은 더욱 기민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 대통령에게는 산재 대응 정책 이외에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는 실정이다. 당장 내일 국무회의에서 공식 의결이 예정돼 있는 광복절 특별사면 문제만 해도 논란이 거센 만큼 이 대통령의 고뇌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은 이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 실시되는 사면이다. 국가의 전반적 분위기를 쇄신하도록 하기 위해 헌법이 대통령에게만 부여한 고유 권한인 사면권은 국민 화합과 통합을 위한 필요악이다. 일반사면과는 달리 특정 인물을 대상으로 형을 면제해 주는 특별사면은 해당 인물에 따라 국민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더욱 커지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그런 특별사면 대상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윤미향 전 의원 등 정치인이 거론되자 벌써부터 여론은 찬반이 극렬하게 갈리며 논란으로 들끓고 있다. 이 대통령이 국민 화합과 통합을 거스르면서까지 굳이 정치적 사면의 독배를 들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다.
휴가에서 돌아온 이 대통령 앞에는 광복절 특별사면 이외에도 오는 25일 개최가 유력한 한미 정상회담 준비라는 거대한 숙제가 놓여 있다. 대미 관세협상이 지난달 말 우여곡절 끝에 상호관세 15%라는 얼개를 서면도 없이 구두로 확인하는 선에서 마무리됐으나 미국의 본격 청구서 제시는 이제부터다. 국내 쌀과 쇠고기 시장 추가개방 여부도 한미 정부의 주장이 엇갈리는 등 아직 명확하지 않은 데다 일본이 기존 관세에다 추가 15% 관세를 부과당한 것처럼 언제 미국 측의 태도가 돌변할지도 모른다. 여기에다 한미동맹 현대화 등 국가 안보가 걸린 사안까지 포함돼 있어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유례 없는 긴장감을 예고하고 있다.
국익을 위해 미국을 상대로 벼랑 끝 외교를 펼쳐야 할지도 모르는 이 대통령의 어깨에 놓인 부담을 생각한다면 대통령이 국내 문제로 민심을 잃는 상황은 최악이다. 민심의 절대적인 지지를 업고 나서도 국력이 달리면 힘겨운 게 외교 무대다. 트럼프라는 예측 난망의 상대와 펼쳐야 하는 치열한 협상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국민적 통합을 거스를 수 있는 정치적 사면으로 취임 이후 첫 사면권 행사를 한다면 스스로 국내 문제로 발걸음을 무겁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 대통령은 집권 초반 80%에 가까운 절대적 지지를 받던 문재인 정부가 가랑비 옷 젖듯 민심을 잃어간 전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