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부활하는 일본 항모

정달식 논설위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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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모함은 단순한 전함이 아니다.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바다에서 전장을 지배하는 전략 자산이자 ‘떠다니는 군사기지’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초강대국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대형 항공모함이 있었다. 2차 대전 당시 일본도 10척이 넘는 정규 항모를 보유한 항모 강국이었다. 1941년 진주만 공습을 이끈 아카기와 카가는 그 상징적 전력이었다. 하지만 1942년 미드웨이 해전에서 4척의 주력 항모를 잃으며 전력에 치명타를 입는다. 이후 일본은 미국의 군수력과 항공력 우위에 밀려 쇠퇴했고, 패전 후 평화헌법으로 공격형 무기 보유가 금지되며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가 됐다.

최근에는 중국이 항모 전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랴오닝, 산둥, 푸젠 등 3척의 항모를 보유하며 서태평양에서 미국과 견줄 만한 수준에 이르렀다. 2030년까지 6척으로 늘릴 계획도 세웠다. 중국 항모의 등장은 일본의 재무장 움직임을 촉발하며 ‘상대가 먼저 공격하지 않는 한 무력 사용을 하지 않는다’는 전수방위 원칙에도 변화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영유권 분쟁은 양국 긴장을 한층 고조시키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일본이 항모 재무장에 나서고 있다. 일본 해상자위대는 240m 길이의 헬기 호위함 이즈모함과 가가함을 항모로 개조 중이다. 갑판 내열 도장을 새로 칠하고 함수 모양을 바꿔 전투기 이착륙이 가능하도록 하는 작업이다. 최근 일본 언론은 “이즈모함이 스텔스 전투기 F-35B를 탑재한 경(輕)항모 역할을 수행한다”고 보도하며 사실상 항모로 인정했다. 한데 올해는 2차 대전 종전 80년이 되는 해이다.

중국과 일본의 항모 운용은 한반도 안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우리도 한때 중국 해양 진출, 북한 미사일 위협, 일본 재무장에 대응해 경항모 도입을 논의했으나 경제성·효용성·작전상의 한계로 흐지부지됐다. 일본의 호위함 항모 개조는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군사 영향력 확대를 노리는 중국 견제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일본이 평화헌법과 전수방위 원칙을 넘어 장거리 미사일과 적 기지 공격 능력 확보를 추진하는 모습은 단순 방어를 넘어 공격 능력 확보 의도로 읽힌다.

며칠 뒤면 8월 15일, 광복 80주년이다. 항모 갑판 위에서 일본 함재기가 다시 이륙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우리는 일본 군사 변화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항공모함이 돌아오고 군사 균형이 재편되고 있다. 광복절을 맞아 진정한 독자적 안보 전략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정달식 논설위원 dosol@


정달식 논설위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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