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가짜뉴스와 인포데믹
가짜뉴스 창궐하는 디지털 환경
바이러스 팬데믹 상황과 닮은꼴
대통령 지시 ‘징벌적 손해배상’ 더해
여러 겹 대책 마련해야 겨우 효과
미디어 교육·기성 언론 반성 더해야
면역력 막강한 건강한 공론장 기대
가짜뉴스가 아예 사라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지 모른다. 역사를 돌아보면 진실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너만 알라’고 귀띔하는 저잣거리 소문이나 ‘카더라’ 마타도어가 민심을 이리저리 흔들기 일쑤였다. 누군가 의도하든 아니든, 그렇게 역사는 다른 방향으로 출렁거렸다. 순전히 오프라인 입소문을 타고 다녔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분초 단위 온라인 소통을 하는 상황이니 심각성이 더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은 얼마 전 국무회의에서 가짜뉴스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오로지 돈 벌려고 상습적으로 불법을 넘나드는 행태를 없애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손해배상을 강조한 것은 형사 처벌에만 의존해선 개선될 여지가 없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검증 시스템을 갖춘 신문과 방송, 통신사 등 기성 언론과 달리 ‘아니면 말고’ 식의 허위 정보를 생산하는 이들에게 금전적 이득을 환수하는 등 경제적 부담을 줘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많은 국민이 유튜브 등 동영상 플랫폼,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 네이버나 다음 등 포털사이트 앱으로 정보와 뉴스 소비 욕구를 채운다. 이들 플랫폼의 영향력이 기성 언론을 압도하면서 뉴스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갈수록 자극적인 정보와 뉴스를 쫓는다. 영상 조회수와 구독자 수, PPL 등 광고 수익 규모가 그들 사이에 부와 영향력을 상징하는 지표가 됐다.
‘신문·방송은 심심해서 안 본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크리에이터, 인플루언서라 불리는 이들이 속 시원하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그 이상을 쏟아내니 ‘도파민 미디어 중독’에 빠지고, 알고리즘은 이용자와 결이 다른 콘텐츠를 시야에서 지워 버린다. 이용자들은 그렇게 정보가 사실이냐 아니냐를 따지지 않고 믿고 싶은 것만 믿으면서 점점 좁은 동굴 속으로 들어간다. 나무 몇 그루가 숲인 양 착각한다. 사회적 갈등이 커지면서 유무형의 비용도 폭등한다.
이러한 구조를 악용해 독버섯처럼 퍼지는 가짜뉴스는 너무 많은 해악을 우리 사회에 남긴다. 전염병 대응이나 선거 등 국가적 의사 결정이 필요한 지점에서 늘 가짜뉴스는 눈앞을 흐리게 만든다. 정상적인 비판을 가짜 뉴스로 치부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논리가 허위정보 생산자의 뒷배가 된다. 온라인 상의 갑론을박이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는 민주적 광장의 절차인지, 가짜뉴스가 만든 난장판에 불과한지 헷갈리는 상황까지 와 버렸다.
바이러스가 항공기를 타고 세계를 넘나들듯, 근거 없는 음모론과 가짜 뉴스는 국경 없는 디지털 랜선을 따라 퍼진다. 검증되지 않은 가짜 정보와 뉴스가 디지털 공간에서 전염병처럼 퍼지는 이른바 ‘인포데믹(Infodemic)’ 위기다.
창궐하는 가짜뉴스가 일종의 바이러스라면, 결국 면역력 강화와 백신 접종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우선 미디어 면역력 강화가 시급하다. 학생과 성인을 대상으로 언론의 역할을 제대로 알리는 동시에 이용자 태도 교육을 확대하는 것이다. 영상 속 누군가가 명확한 출처와 근거를 가지고 말하는 것인지, 의심하고 검증하지 않고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악순환이 반복될 뿐이다.
지금껏 언론이 저널리즘을 추구하면서 어떤 노력으로 수많은 역사적 변곡점을 탄생시켰는지 교육을 통해 배울 필요가 있다. 단순히 권력 감시와 비판, 정보 전달, 여론 형성 역할을 한다는 원론적인 얘기로는 부족하다. 변화와 혁신에 둔감한 언론의 반성도 필요하다. 생산하는 뉴스가 깊이와 신뢰를 주지 못하니 독자와 시청자가 대안을 찾아 떠난 것이라는 얘기다.
대통령이 제안한 손해배상 집행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물론 뒤따른다. 많은 플랫폼과 계정 이용자가 국외에 있거나 자신을 숨긴 익명 가짜뉴스 제작자가 많아서다. 표현의 자유 침해와 실효성 부족을 우려하는 반발에 주춤할 가능성도 있다. 비슷한 입법 시도가 수차례 좌초되었던 전례도 있다. 손해배상 대상 범위를 반복적이고 조직적인 경우로 좁히고, 불법 수익 환수와 함께 실질적인 피해 회복에도 눈길을 주는 등 여러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
대통령이 던진 화두가 이번에도 일회성에 그치면 곤란하다. 정치적 진영을 떠나 악의적이고 반사회적인 가짜뉴스 정화를 위해 여러 겹의 단단한 조치와 집요한 노력을 다할 필요가 있다.
최소한 힘 있는 사람을 디딤돌로 입신양명만 쫓는 이들이 아닌, 국민의 행복과 발전에 자신을 불태우는 이들이 미래를 이끌 수 있도록 건강한 민주적 공론의 장을 만들고 지켜야 한다.
박세익 디지털영상센터장 run@busan.com
박세익 기자 ru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