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철의 정가 뒷담화] 테토·에겐 정치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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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기자

혈액형, MBTI에 이어 이제는 성격 유형을 새롭게 분류하는 테토-에겐 테스트가 밈으로 자리 잡았다. 테토와 에겐은 각각 테스토스테론(남성 호르몬)과 에스트로겐(여성 호르몬)을 줄인 말로 외향적이고 리더십이 있다면 ‘테토’, 세심하고 부드럽다면 ‘에겐’으로 분류된다. 아주 오래 전 일본에서 넘어온 ‘초식남’과 ‘육식녀’의 개념과 비슷하다. 전통적인 남성성과 여성성을 기준으로 구분 짓는다고 해서 젠더 감수성 차원의 일부 논란이 있기도 하지만 어찌 됐든 현재 가장 뜨거운 문화 현상인 만큼 내년 지방선거 출마자들도 이러한 기준에 따라 분류되기도 한다.

부산의 A 자치단체장은 지역 정가 대표 에겐 정치인이다. 온화한 리더십으로 설명되는 그이지만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통해 승리를 거머쥐겠다는 구상을 밝히며 반전 테토미를 드러내기도 했다. 아직 세부 인선이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그의 야심찬 계획에도 같은 정당 소속 인사들은 물론 A 씨의 캠프에서 활동했던 이들까지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이들이 A 씨의 성향과 비슷한 에겐으로 설명되는 특징인 섬세하고 차분한 성품을 지니고 있다. 쉽지 않은 수성전인 까닭에 전투적인 모습을 그에게 요구하는 이들이 아쉬움을 토로하는 이유다.

반면 2026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이끌 각 정당의 수장들은 시스템을 통한 투명한 공천을 약속하고 있지만 이보다 앞서 남다른 테토적 면모를 뽐내며 강력한 공천권 행사를 벌써부터 거론하는 지역(당협)위원장들도 있다. B 지역(당협)위원장은 선거가 300일 가까이 남은 가운데, 특정 인사의 공천을 사석에서 공공연하게 약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당협)위원회 회의도 해당 인사의 사무실에서 진행해 내부적으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에 출마를 희망하는 이들이 반발하고 있지만 강력한 리더십을 앞세워 묵살하기 십상이다.

또다른 지역(당협)위원회의 경우 이른바 비선 실세 ‘문고리’의 횡포로 설명되는 ‘테토적 명성’(?)이 자자하다. C 지역(당협)위원장의 복심인 D 씨는 ‘영감’의 지시를 핑계 삼아 주중, 주말, 밤낮을 구분하지 않고 지방의원들과 사무실 관계자를 소집한다. 불참할 경우 내년 공천을 장담할 수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는 게 지역 정가에 유명한 일화로 떠돈다. C 위원장의 총애를 두고 D 씨는 또다른 누군가와 경쟁을 벌였지만 그가 밀려나면서 이제는 그를 아무도 말릴 수 없다는 이야기마저 흘러나온다.

일각에선 양극화 시대의 정치에서는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말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이러한 사례를 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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