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검찰 폐지"라는 구호에 가려진 빈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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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법무법인 예주 대표변호사

기소 전담 기관 신설 등 개혁안 발표
보완수사요구권까지 전면 폐지 파격
정치검찰 폐해 차단 취지 전적 공감
감시와 견제 필요한 점 동의하지만
피해자 보호·범죄 대응력 약화 우려
해체 아닌 ‘구조적 정비’ 개혁 필요해

얼마 전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수청’을 신설한다는 뉴스 특보를 보고 두 눈을 의심했다. 헌법상 명시된 검찰 조직과 검사의 법적 권한인데, 설마 그렇게까지 하겠나 했더니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지난 8월 5일 더불어민주당이 검찰 조직을 사실상 해체하는 내용의 검찰 개혁 방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검찰폐지”라는 구호 아래 제시된 이 개혁안에 따르면, 현재의 검찰청을 폐지하고, 법무부 산하에 공소청이라는 새로운 기소 전담 기관을 신설한다. 또한 수사는 경찰과 분리해 행정안전부 산하에 중대범죄수사청을 설치하고, 국무총리 직속의 국가수사위원회를 두어 수사 공정성을 감독하도록 한다. 개혁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전례 없이 파격적이다. 그동안 제한적으로 허용되었던 보완수사요구권도 전면 폐지하여,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없애고 기소권만 남겨 별도 기관으로 운영하겠다는 구상이다.


정치검찰의 폐해를 막고 검찰의 권한을 분산해야 한다는 개혁의 목소리에는 전적으로 공감한다. 그러나 2000여 명 검사 중 극소수의 일탈을 잡겠다고 검사의 손발을 묶어 형사사법 시스템을 흔드는 것이 능사인지에 대해 법조인으로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언뜻 보기에는 수사와 기소의 분리는 정치적 독립성, 권력 분산의 상징처럼 보이지만, 현장에서 마주하게 되는 수사 구조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수사 단계에서 확보되지 못한 증거나 누락된 정황이 보완되어 기소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 실체적 진실은 드러나지 못한 채 묻히기 쉽고, 현실에서는 피해자 보호의 사각지대를 만들 수 있다. 발표된 개혁안대로 진행될 경우, 공소청 검사가 수사 과정에 일절 개입하지 못하므로, 중수청이나 경찰이 충분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고 수사를 마쳐도, 공소청은 보완을 요구하지 못해 부족한 증거로 기소해버리거나 아예 기소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이 사건을 자체 종결한 이른바 ‘불송치’ 사건에 대해 피해자가 이의를 제기한 건수는 2021년 약 2만 5000건에서 2023년에는 4만 건 가까이로 늘었다. 이 중 검찰이 사건을 다시 들여다본 결과 기소로 전환된 사건도 1000건 이상이다. 수사 초기 판단에 대하여 검찰의 보완이 실질적으로 필요했음을 방증한다. 검찰이 재검토를 통해 놓쳤던 범죄 혐의를 드러내고, 기소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검찰의 독립적 판단은 현실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실제 ‘부산 돌려차기 사건’에서도 경찰은 피의자의 성범죄 의도를 확인하지 못한 채 송치했으나, 검찰이 휴대전화 포렌식 등을 통해 결정적 증거를 확보, 중상해가 아닌 강간살인미수 혐의로 기소하여 중형이 선고되었다. 수사 초기부터 검찰이 개입하지 않았다면 달라졌을 수 있는 결과다.

프랑스는 ‘조사판사’ 제도를 통해 일정 규모 이상의 중대 사건에 대해 법관이 직접 수사를 지휘하고, 독일은 검사에게 경찰 수사에 대한 전면적인 통제 권한이 부여되어 있다. 영국 역시 경찰 수사 이후 기소 여부는 독립된 왕립검찰청(CPS)이 전담한다. 해외 어느 나라에서도 수사에서 사법적 통제가 완전히 배제된 구조는 찾기 어렵다. 조직을 분리하더라도 결국 철저한 검증과 보완을 거쳐 사건의 완결성을 담보하는 역할은 반드시 남겨두는 것이다. 단순히 권한 분산만을 앞세운 제도보다 책임성과 균형을 고려한 구조가 작동하도록 만든 것이다.

검찰에 대한 감시와 견제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검찰이 정치적 사건에 개입하거나 수사권을 남용한 사례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견제와 폐지는 다르다. 모든 수사 기능을 박탈한 채 검찰을 해체하겠다는 주장은 법적 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 검찰의 직접 수사 개시는 원칙적으로 제한하되, 검찰이 한 차례 검토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병행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공청회에서도 “검사가 끝까지 사건을 들여다볼 수 있는 구조는 남겨두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이 나왔다. 수사, 기소의 분리는 권력기관 견제라는 명분이 있으나, 잘못 구현하면 피해자 보호와 범죄 대응력 약화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검찰 개혁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 개혁은 해체가 아니라, 구조의 정비여야 한다. 수사의 투명성 확보, 외부 감시기구의 강화, 수사자료 열람 절차의 확대 등 실질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특히 기소 결정 과정의 독립성과 책임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병행되어야 하며, 검찰의 권한 행사에 대해 시민이 감시할 수 있는 구조적 시스템 설계가 우선되어야 한다.

‘검찰 폐지’라는 구호에 가려진 빈틈을 직시하여,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인권보호와 형사 사법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길이 무엇인지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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